이정수 X파일…2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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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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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스포츠동아 DB]
이정수. [스포츠동아 DB]
조광래·홍명보가 본 골넣는 수비 이정수

① 적의 뒷공간 파고드는 센스
② 공격수 출신 원샷원킬 본능
③ 상대 움직임 읽는 예리한 눈
④ 세트피스 때만 공격 가담
⑤ 기성용 크로스 잘라먹기 달인


그의 ‘골대 앞으로’ 본능은 ‘커브 형’ 크로스를 만나 골이 되었다.

수비수가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장면은 한국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1994미국월드컵에서 홍명보(41·올림픽팀감독)가 조별리그에서 2골을 기록했다. 모두 중거리 슛. 하지만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앤틀러스)의 2골은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2003년 이정수를 수비수로 전향시킨 조광래(56·경남FC) 감독과 ‘원조 골 넣는 수비수’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이정수 골의 비결을 들어봤다.

골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각자 선호하는 움직임이 있다.

왼발잡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이동해 슛을 때린다. 박주영(AS모나코)은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좋다.

이정수에게도 독보적인 ‘원샷 원킬’의 움직임이 있다.

조 감독은 “이정수가 크로스 상황에서 수비수 뒤로 돌아나가며 문전 쪽으로 빠지는 동작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정수는 이미 공격수 시절부터 남아공에서 넣은 2골과 같은 방식으로 자주 골네트를 갈랐다.

조 감독과 홍 감독은 “이정수가 타고난 신체조건을 지닌 데다 축구센스까지 탁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 움직임을 읽는 혜안이 있고, 자리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에 벼락같이 솟구칠 수 있다는 의미.

수비수로서의 자질도 바로 이런 능력들이다.

홍 감독은 선수시절 리베로로 뛰었다. 본인의 표현대로 “골을 넣을 기회가 이정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정수는 주로 세트피스에서만 공격에 가담한다.

이정수를 볼트로 비유하자면, 득점을 위해 꼭 맞는 너트가 필요하다.

이정수와 같은 움직임에는 골문 외곽에서 안쪽으로 급격한 커브를 그리는 크로스가 제격이다. 대표팀에는 ‘오른발 감아차기’의 명수 기성용(셀틱)이 있다. 이정수의 2골 모두 어시스트는 기성용의 몫이었다. 조 감독은 “2골은 서로의 장점이 최대의 효과로 조합된 플레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조별리그 무실점에 빛나는 우루과이. 결국 8강행의 열쇠는 ‘한 방’이다. 우루과이가 이정수를 연구하겠지만, 조 감독은 “문전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은 대비책을 세운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수의 “골대 앞으로” 본능은 다시 한 번 발휘 될 수 있을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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