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3연패하면 北 돌아가 문책 당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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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자들 정치적 질문 공세
北대표팀 김정훈감독 곤혹

“3경기를 모두 진다면 북한에 돌아가 문책을 당하나요?”

20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G조 2차전을 앞두고 북한 축구대표팀 김정훈 감독이 기자회견을 했다. 보통 경기 전날 감독 기자회견에선 선수 기용과 전술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북한의 기자회견은 달랐다.

외국 기자들은 북한이 경기에서 전패할 경우 귀국 뒤 문책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과거 북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탄광이나 수용소 등에 보내졌다는 소문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외국 기자들의 축구 외적인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명의 북한 선수가 없어졌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북한에서도 월드컵을 볼 수 있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뿐만이 아니다. 16일 브라질과의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그랬다. 국제축구연맹(FIFA) 측 미디어담당관이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마라”고 나서기까지 했다. 외국 기자들은 “누가 북한 대표팀 선수 선발을 결정하는가” “훈련 공개 여부 결정은 누가 하는가” 등을 질문했다. 당황한 김 감독이 미디어담당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 공격수 정대세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2경기를 치른 현재 북한의 이미지는 바뀌었을까.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뒤 한 외국 기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0-7로 져서 북한 선수와 감독이 혹시 한국에 망명 신청을 하는 것은 아닌가요?”

케이프타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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