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아르헨과 격돌했던 선배들의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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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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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잊어라
우리 목표는 아르헨 아닌 16강

끝이 아니다
지금껏 그랬듯 물러서지 마라

《아르헨티나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던 당시 한국 대표팀 선배들은 희망을 잃지 말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국은 당시 A조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로 디에고 마라도나 현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공격의 핵이었던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전반 초반에 두 골을 내주며 1-3으로 졌다. 한국은 2차전 상대인 불가리아에 1-1로 비겼지만 3차전에서 이탈리아에 2-3으로 지며 1무 2패를 기록해 조 4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수차례 위협적 장면 대단

○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1986년 아르헨티나전 선발 출전)


아르헨티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에서 공을 제일 잘 차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이 지기는 했지만 그런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번 연출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대등하게 싸울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큰 점수 차로 지긴 했으나 한국은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우리만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낙담하지 마라. 우리의 목표는 16강 진출이고 오늘 아르헨티나에 졌다고 그 목표가 무산된 게 아니다. 패배의 아쉬움을 빨리 잊고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나이지리아 철저한 분석을



○ 조광래 경남 FC 감독
(1986년 아르헨티나전 후반 교체 출전)

그때 아르헨티나 경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쉬웠다. 당시 우리는 세계적인 강팀이었던 아르헨티나에 지레 겁을 먹고 그동안 연습해왔던 포메이션이 아니라 수비수를 2명 더 놓는 ‘악수’를 뒀다. 평소 실력으로 경기를 하지 못한 셈이었다. 공격이 뛰어난 팀에 오히려 수비 위주의 ‘물러나는 경기’를 해 상대 공격을 부채질하는 우를 범했다. 경기를 시작한 지 20분도 안 돼 두 골을 먹고 나서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늘 후배들은 과거의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팀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후반의 잇단 실점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축구는 발전했다. 이제 다음 경기에 집중할 때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와 또 다르다. 철저히 분석해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 절대 물러서지 마라.

세계적 주목 대상 ‘자부심’



○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 대행
(1986년 아르헨티나전 선발 출전)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처음 진출했을 만큼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변방이었다. 그랬던 한국 축구가 이렇듯 단기간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수준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놀랍고 기쁘다.

오늘 아르헨티나에 졌지만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이고 세계적인 강팀임을 감안할 때 한국도 실망하고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경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스를 이기고 아르헨티나와 맞섰던 그 당당함과 자신감을 되찾아 남은 나이지리아전에 임한다면 분명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봐야


○ 조민국 울산미포조선 감독
(1986년 아르헨티나전 선발 출전)

1986년 당시 마라도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김정남 감독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나에게 마라도나를 철저히 막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다람쥐처럼 빠른 그를 우리들은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메시는 당시 마라도나에 비견할 정도의 실력을 지녔음을 이번 경기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후배들이 열심히 수비에 임했지만 아르헨티나의 즐비한 스타들을 묶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경기와 비교할 때 경기 내용 자체에선 이번이 더 좋았다. 오늘 경기는 이제 끝났다. 깨끗이 잊어야 한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봐야 할 때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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