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최진행 ‘손가락 과외’ 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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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7시 00분


홈런킹 최진행.  단숨에 홈런 단독 선두. 팀의 첫 4연승도 함께 따라왔다. 한화 최진행(25번)이 20일 잠실 두산전 1회 1사 1·2루에서 선제 3점 홈런을 쏘아올린 후 덕아웃의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홈런킹 최진행. 단숨에 홈런 단독 선두. 팀의 첫 4연승도 함께 따라왔다. 한화 최진행(25번)이 20일 잠실 두산전 1회 1사 1·2루에서 선제 3점 홈런을 쏘아올린 후 덕아웃의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오른손가락 부상에 감독 “되레 잘됐다”
아픈 중지 세우고 배트 잡는 그립 조언
두산전 대포 두방…홈런 11개 선두로


한화 한대화 감독은 20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훈련을 하고 덕아웃 앞을 지나가던 최진행(사진)을 불러세웠다. 최진행이 전날 경기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다치면서 이날 경기 출장이 불투명하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부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신체의 자그마한 부분에 이상이 생겨도 타격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한 감독은 최진행에게 “오히려 잘 됐다”고 말했다. 최진행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한 표정을 짓자 한 감독은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그동안 타격할 때 보니 오른손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오른쪽 손가락이 아프니 오른손에 힘을 적게 주고, 타격 후 배트를 잡은 왼손을 길게 끌고 가라.” 충분히 ‘폴로스루(follow through)’를 하라는 의미였다.

한 감독은 그러면서 직접 타격폼을 시범보였다. 아픈 오른손 중지를 세우고 배트를 잡는 독특한 그립이었다. 마치 서양식으로 욕할 때처럼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시늉을 해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의 배꼽을 쥐게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족집게 과외가 통한 것일까. 최진행은 이날 역시 한화의 4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그리고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1사 1·2루서 상대선발 임태훈의 몸쪽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선제 좌월 3점홈런을 날렸다. 시즌 10호 홈런으로 홈런 공동선두. 아울러 개인으로서도 프로 입단 첫해인 2004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 9개를 넘어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그라운드를 돌고 들어오는 최진행을 마중나온 한 감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최진행에게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TV 화면으로 이 장면을 본 팬들로서는 무슨 뜻인지 궁금했겠지만 바로 이같은 뜻이 숨어 있었다.

최진행의 홈런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4-0으로 앞서다 4-5로 역전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7회 2사후 값진 동점 솔로포를 작렬했다. 두산 불펜의 핵인 잠수함 고창성의 한가운데 높은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를 신호탄으로 한화는 7회에 2점을 더 보태며 단숨에 7-5로 역전했고, 결국 10-5 승리를 거뒀다. 아직 꼴찌지만 최근 7승1패의 호조 속에 4위 KIA에 3.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최진행은 이날 2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홈런 단독 1위로 치고 나가면서 시즌 타점수도 32개로 늘렸다. 김태균 이범호의 공백을 걱정했던 한화로서는 새로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핵으로 떠오른 최진행의 등장으로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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