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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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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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노승열, 제주 발렌타인챔피언십 강풍 뚫고 공동 4위
한국선수 최연소 도전 최고성적… 무명 濠 프레이저 깜짝 우승

노승열이 25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끝난국내 유일의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타구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원회
노승열이 25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끝난국내 유일의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타구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원회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의 고향은 강원 속초시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속에서 골프를 익혔다. 지난해 유럽투어를 뛰면서 일부러 바람이 거세지는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속초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기도 했다. “유럽투어 대회는 대부분 바람이 강해 드라이버가 뜨면 고전합니다.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었죠.”

그런 노승열이 최고 시속 30km를 넘나드는 제주의 강풍 속에서 한국 골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노승열은 25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파72)에서 끝난 국내 유일의 유럽투어인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7언더파 209타)에 올랐다. 40명의 한국 선수 중 최연소로 도전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최종 3라운드에 4언더파 68타를 친 것을 포함해 54홀로 축소된 이번 대회 사흘 내내 언더파를 치는 안정된 경기력을 과시했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 노구현 씨와 호흡을 맞춘 노승열은 “대회 내내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든 한 주였다. 바람의 세기를 헤아려 컨트롤이 잘됐다. 러프가 길지 않아 장타자에게 유리했다”고 말했다. 전날 원포인트 레슨을 하러 현지를 찾은 전현지 전담 코치는 “퍼트가 오른쪽으로 자꾸 빠진다고 해서 보니 힐 쪽에 맞고 있어 교정을 했다. 유럽 선수들처럼 적당한 탄도의 구질이라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분석했다.

16세 때인 2007년 프로에 뛰어들어 연령 제한에 걸려 뛸 수 없던 국내 대신 아시아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달 유럽투어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따낸 그는 300야드가 넘는 장타가 주무기다. 유연한 몸과 임팩트까지 코킹을 유지해 힘을 전달하는 효율적인 스윙이 그 비결. 이날 4개의 파5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로 4타를 줄였다. 이번에 받은 상금 9만3639유로(약 1억3900만 원)가 국내와 아시아투어 상금 랭킹에도 포함돼 노승열은 양쪽 투어에서 모두 상금 선두에 나섰다.

세계 랭킹 232위 무명으로 슈퍼마켓 점원출신인 마커스 프레이저(호주)는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우승해 36만6660유로를 받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갤러리를 몰고 다닌 어니 엘스(남아공)는 지난해 챔피언 통차이 자이디(태국) 등과 공동 9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앤서니 김은 공동 16위(3언더파).

서귀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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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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