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골프대회, 동서고금 명인 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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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는 역시 명인 열전이었다. 동서고금의 스타들이 첫 날부터 리더보드의 상단을 휩쓸었다.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한 벌뿐인 그린재킷을 향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유리알 그린이 비가 내려 날카로운 발톱을 감춘 데다 핀 포지션과 티 박스 위치도 쉽게 조정돼 96명의 선수 중 31명이 언더파를 쳤다.

●코리안 브라더스 돌풍=태극기를 붙인 모자를 쓴 최경주(40)와 KOTRA 로고가 달린 선캡을 착용한 양용은(38)은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쳐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와 맞붙은 최경주는 버디 6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았다. 특히 아멘 코너가 끝나는 13번 홀(파5)부터 16번홀(파3)까지 4연속 버디를 잡는 집중력을 보였다. 13번 홀에서 투 온을 노린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 아래 언덕에 떨어졌지만 정교한 쇼트 게임으로 버디를 낚은 것을 시작으로 16번 홀에서는 경사면에 맞은 티샷이 컵 2m 지점까지 굴러 버디를 추가했다.

최경주는 "아이언 샷은 물론 치핑, 퍼팅이 모두 좋았다. 길게 치면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벙커에 들어가더라도 짧게 치려한 전략이 잘 맞았다"고 평가했다. 우즈는 "K. J의 플레이는 대단했다. 너무나 많은 퍼트를 성공시켰다. 그의 실력은 이미 알려져 있지 않은가"라고 칭찬했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노리는 양용은도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역대 최고의 마스터스 스코어를 기록했다. 양용은과 같은 조였던 우승 후보 필 미켈슨(미국)도 5언더파로 동타를 이뤘다. 지난주 셸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한 앤서니 김은 4언더파.

●노장 만세=프레드 커플스(51·미국)는 6언더파 6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서며 1992년 우승 후 18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게 됐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명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톰 왓슨(61·미국)은 보기 없이 5언더파 67타. 장갑을 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커플스는 이날 양말까지 신지 않고 출전해 눈길을 끈 뒤 "오거스타에서 50대 우승은 몽상인지 모르지만 가능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77년과 1981년 그린재킷을 입은 왓슨은 캐디를 맡은 아들 마이클과 호흡을 맞춘 뒤 "아직도 아빠가 잘 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고 싶었다"며 뿌듯해했다.

커플스와 왓슨은 퍼트수를 나란히 24개로 줄이며 스코어를 끌어내렸다. 샌디 라일(52·스코틀랜드)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12위. 베른하르트 랑거(53·독일)는 1언더파 71타로 공동 22위.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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