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89년생 ‘빙판 젊은 피’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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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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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이정수 89년생 동갑
모-이승훈은 10년넘게 단짝

“숙소 들어가면 달려가서 꼭 안아주겠어요.”

16일 한국의 사상 첫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21)은 시상식을 마친 뒤 한껏 들떠 있었다. 14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22)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컸다.

한국체대 2007학번 동기인 이승훈과 모태범은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다. 학교는 달랐지만 같은 시기에 스피드스케이팅에 입문해 우정 어린 경쟁을 펼쳤다. 라이벌이었지만 빙판 밖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이승훈이 중학교에 진학해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뒤에도 이들의 우정은 계속됐다. 모태범은 “승훈이는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다. 승훈이가 은메달을 딴 뒤 나도 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 둘이서 축하파티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16일까지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땄다. 메달의 주인공들은 모두 1988년, 1989년생이다. 46명의 선수단 중 1988년생은 이승훈과 알파인스키의 정동현(한국체대), 1989년생은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노선영(이상 한국체대)과 쇼트트랙의 이정수(단국대), 곽윤기(연세대) 등이다.

이들 중 맨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한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메달을 차지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보란 듯이 편견을 깼다. 쇼트트랙 이정수는 2인자의 설움을 딛고 일어선 경우다. 이정수는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밴쿠버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이었다. 당초 이정수는 메달 후보로 꼽히지는 못했다. 그의 앞에는 성시백(23·용인시청)과 이호석(24·고양시청)이라는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다. 모태범은 한국 선수 중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인터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주위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이상화는 한국에 메달 소식을 전할 선두 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모태범, 이승훈과는 한국체대 동기로 친한 사이다. 이상화는 17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해 동기들의 뒤를 이은 메달 행진을 노린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쇼트트랙 곽윤기도 계주와 함께 개인 종목 출전이 유력하다. 장권옥 미국 대표팀 코치는 “곽윤기는 서구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다.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한국기록 보유자인 노선영과 국내 알파인 스키 1인자 정동현도 선전이 기대된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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