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뉴올리언스’ 슈퍼볼을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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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한때 홈구장도 잃고 전국 전전…

《미국 중남부의 작은 도시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급습으로 쑥대밭이 됐다. 이곳을 연고로 하는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홈구장인 루이지애나 슈퍼돔도 문을 닫자 1년간 전국을 떠돌며 경기를 했다. 하지만 인구 20만 명이 조금 넘는 뉴올리언스의 팬들은 ‘떠돌이 홈팀’에 변함없는 사랑과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단순한 미식축구 팀을 넘어 뉴올리언스의 정신적 지주였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재역전… 창단 43년만에 첫 우승
“불가능을 이뤘다” 팬들 열광… MVP 쿼터백 브리스

뉴올리언스가 제44회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뉴올리언스는 8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31-17로 역전승하며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를 품에 않았다. 1967년 창단 후 43년 만에 맛본 첫 우승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경기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전문가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NFL 최고 쿼터백 페이턴 매닝을 앞세워 2007년 이후 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인디애나폴리스가 우세할 것으로 봤다. 인디애나폴리스는 1쿼터 7분경 맷 스토버의 필드골로 선취점을 올렸고, 1쿼터 종료 42초 전 피에르 가르송이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10-0으로 앞서갔다. 2쿼터 들어 뉴올리언스가 6점을 따라붙었고 3쿼터에서는 두 팀이 역전을 한 번씩 주고받은 끝에 인디애나폴리스가 17-16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채 4쿼터를 맞았다.

유력한 우승후보 인디애나폴리스의 기운은 3쿼터에서 소진됐지만 뉴올리언스는 4쿼터에서 더욱 펄펄 날았다. 뉴올리언스는 4쿼터 중반 쿼터백 드루 브리스의 패스를 받은 제러미 쇼키의 터치다운으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 종료 3분 전 매닝의 패스를 가로챈 트레이시 포터의 74야드 폭풍 질주 터치다운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우수선수(MVP)에는 터치다운 패스 2개를 성공시키며 매닝과의 야전사령관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브리스가 뽑혔다. 정규시즌에서 70.6%의 패스 성공률(1위)을 무기로 가장 많은 터치다운 패스(34개)를 기록한 브리스는 이날 39개의 패스를 시도해 32개를 성공시키는 82.1%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터치다운 패스 1개를 기록한 매닝은 45개의 패스 중 31개만 연결시켜 성공률 68.9%.

창단 후 처음 진출한 슈퍼볼에서 우승을 이룬 브리스는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 누가 생각했겠느냐. 뉴올리언스 시민들이 우리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어 이길 수 있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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