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 사커에세이] 허정무 과감한 선수발탁에 K리그 방긋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22일 1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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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에 대한 공과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평가하고 싶은 것은 K리그 선수들의 과감한 발탁이다. 간혹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선수까지 데려가는 무모함이 느껴지긴 해도 일단 K리그 선수들에게 ‘국내서도 잘만 하면 얼마든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것은 커다란 ‘인식의 전환’이라고 하겠다.

이는 자연스럽게 K리그의 ‘평가 절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유럽진출이 점점 활발해지고, 유망주들마저 J리그 러시를 이루는 ‘이상한’ 풍조 속에서 대표선수가 되는 지름길이 K리그임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면서 해외로만 향하던 선수들의 시선을 K리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포항에 둥지를 튼 설기현을 비롯해 조원희(수원) 등이 속속 K리그 행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변화는 K리그 발전에도 대단히 긍정적이다. 유망주들을 K리그로 끌어들일 만한 유인이 없어 고민하던 K리그로선 가만히 앉아서 ‘대표선수 공급처’로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K리그 팀들로선 ‘우리 재산을 거저 내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반사이익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팀이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는 게 지금까지의 명제였다면 앞으론 ‘(K리그 주축의) 대표팀이 잘돼야 K리그도 발전한다’는 구호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걸맞게 대표팀과 K리그의 관계도 앞으론 근본적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허정무 감독은 해외전훈캠프에서 “K리그 팀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프로팀들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거꾸로 축구협회도 K리그에 문을 개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필자는 지금까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대회는 차치하고, 친선대회조차 K리그나 프로팀의 임원이 대표팀과 동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왜 대표팀 단장은 축구협회 부회장단이나 고위 임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는가. 지방의 K리그 단장이 대표팀 단장으로서 대표선수들과 어울려 동고동락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말뿐만이 아닌 이러한 실질적인 교류가 선행되어야 대표팀과 K리그는 비로소 화해무드에 들어갈 수 있다. 프로클럽들이 파견한 대표가 자동으로 4년 임기의 협회 임원을 구성하게 되는 사우디의 경우처럼 K리그와 축구협회의 ‘화학적인 결합’만이 양자의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마음의 문은 축구협회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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