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반지 끼고 가봐 널 보는 눈빛이 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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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7시 00분


현역 은퇴한 조웅천(38)은 시카고 컵스 코치연수가 확정적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이만수 SK 수석코치. 그가 시카고 컵스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는 후배 조웅천에게 9년간의 노하우를 생생하게 들려줬다.스포츠동아DB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이만수 SK 수석코치. 그가 시카고 컵스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는 후배 조웅천에게 9년간의 노하우를 생생하게 들려줬다.스포츠동아DB
TO. 메이저리그로 코치연수 떠나는 조웅천

현역은퇴한 조웅천(38)은 시카고 컵스 코치연수가 확정적이다. 낯선 환경, 낯선 업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겠지만 두려움 쪽이 더 많은 낯빛. 그래서 새해 벽두 SK 이만수 수석코치를 찾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이너, 메이저에서 9년간 생존하고 적응한 노하우를 듣기 위해서다. 이 코치는 친형 같은 눈길로 조웅천을 바라봤다. 이어 ‘영어공부 해라’ 차원을 넘는 오직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건넸다. (기사의 편의상, 편지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배팅볼 던져줘라

말이 안 통해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배팅볼 던져주는 거야. 미국도 배팅볼 투수는 있지만 거의 할아버지들이고, 멋대로 던져. 한국처럼 잘 던져주는 데가 없다니까. 네가 던져주면 아마 좋아 죽을 거다. 팔꿈치가 아파서 은퇴한 건 알지만 지금이라도 재활 좀 하고 가렴.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미국이란 곳이 다른 건 잘 인정 안한다. 가령 한국에서 변호사를 따와도 의사였어도 그들은 ‘그래서 뭐?’란 식이야. 미국에서 다시 공부해 자격증 따야 인정해준다.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도 있겠지. 그런데 오직 야구는 예외다. 13년 연속 50경기 등판, 프로야구 최다 등판(813경기)처럼 너의 커리어를 알게 되면 보는 눈이 달라질 거야.

그리고 네가 가는 컵스는 ‘염소의 저주’에 걸려 있잖아. 100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했지. 그런데 너는 SK에서 두 번 현대에서 두 번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가졌잖아. 그중 하나만 끼고 가봐. 너를 보는 눈빛이 달라질 거다.

○캥거루 코트

메이저리그는 팀마다 색깔이 있어. 가령 양키스는 규칙에 철저하고 보스턴은 자유분방하지. 화이트삭스는 양키스 쪽에 가까웠어. 가면 알겠지만 ‘캥거루 코트’라는 게 있어. 인민재판 같은 것인데 선수들이 배심원을 맡아서 어느 선수가 한 달 동안 팀 규정을 어긴 일을 들춰내는 거야. 인정하면 벌금이 매겨지고 부인하면 다시 재심에 들어가. 거기서도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이 몇 배가 되지. 그러니까 무심코 유니폼 입고 바깥에 함부로 돌아다니거나 그러면 안돼. 그리고 장난으로 욕을 가르쳐줄텐데 시킨다고 하면 안 된다. 특히나 가운뎃손가락 욕이 제일 안 되는 거 기억하고.

만약 마이너에 있으면 거기 있는 한국 애들을 맡길지도 몰라. 마이너에 있으면 버스로 수십 시간 이동하고 바로 경기야. 그래도 걱정하지마. 재밌다니까. 나이든 코치도 친구처럼 대해줘. 그럼 좋아해. 너라면 잘할 거야.

FROM. 메이저리그 코치연수 선배 이만수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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