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 ‘증강현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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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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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 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경기장 입간판을 화면에 잡으면(사진 ①) 곧 열릴 경기 정보가 마치 입간판 위에 부착된 것처럼 뜬다 (사진 ②). 자신의 입장권 정보가 입력됐다면 경기장 내부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는 것만으로 좌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③)
‘증강 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경기장 입간판을 화면에 잡으면(사진 ①) 곧 열릴 경기 정보가 마치 입간판 위에 부착된 것처럼 뜬다 (사진 ②). 자신의 입장권 정보가 입력됐다면 경기장 내부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는 것만으로 좌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③)

미래 로봇 터미네이터가 저만치 도망가는 타깃을 뒤쫓는다. 눈은 목표로 삼은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지만 각막에는 목표물까지 남은 거리, 목표물의 키, 얼굴 모습 등 각종 정보가 같이 뜬다.

미래 사회를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실제 사물과 함께 그에 대한 정보가 같은 공간 속에 혼재되어 있는 현실을 '증강(增强) 현실'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오그먼티드 리얼리티(Augmented Reality·이하 AR)'라 한다.

최근 국내에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AR이 주목받고 있다. GPS(위성항법장치) 칩이 내장돼 인터넷 같은 데이터 통신망을 상시 사용할 수 있으며 카메라와 움직임 센서도 있어 '손 안의 컴퓨터'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이 바로 AR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AR은 스포츠 대회에 응용될 여지가 많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조직위원회는 이미 AR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조직위 김기현 정보기술팀장은 30일 "KT, 쌍용정보통신과 함께 AR 서비스를 기획해 왔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 개발과 구축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문에 약 400억~600억 원이 들 것으로 김 팀장은 예상했다.

조직위에서 구상하고 있는 AR 서비스는 선수단과 관람객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 전체의 종합적인 정보 시스템이다. 대회에서 구현할 AR 서비스의 단적인 예는 이렇다. 관람객이 대회 특정 종목의 입장권을 샀다 하자. 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폰 화면에는 입장권의 모습과 함께 경기가 몇 시에 시작하고 어떤 팀이 경기하는지 등 각종 정보가 함께 보인다.

입장권뿐만 아니다. 거리에서 저 멀리 경기장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면 화면에는 경기장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주변에 있는 식당의 메뉴는 무엇인지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 외국 선수들도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마치 자국에 있는 것처럼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초보적인 수준의 AR 기술은 지금도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 아이폰의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 중 '라야(Layar)'라는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의 GPS와 인터넷 접속을 통해 얻는 정보를 이용해 현재 사용자의 주변에 있는 식당, 주유소 등에 대한 위치,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가까운 장래에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을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로 화면에 잡아 선수에 대한 각종 정보를 즉석에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천 아시아경기 AR 시스템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KT의 강상원 전략사업담당 차장은 "향후 몇 년 이내에 대다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AR 서비스가 스포츠 이벤트의 필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이 컴퓨터가 구현한 진짜 같은 가짜라면 증강 현실은 현실 세계에 부가 정보를 더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혼합 현실. 스마트폰 같은 정보 수신 기능이 있는 도구를 이용해 사물을 볼 때 관련 그래픽이나 텍스트 정보까지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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