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도 안열리네”… 승자없는 90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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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전북, K리그 챔프1차전 0-0 무승부
6일 전주 2차전서 왕중왕 ‘최후의 대결’


“막상 경기 당일이 되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2일 오후 성남종합운동장.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둔 양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말을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두 사령탑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이나 체력보다 더 중요한 게 기세”라며 “6강부터 치고 온 성남의 기세가 워낙 좋아 방심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도 “마지막까지 오니 떨린다. 전북의 날카로운 창을 막을 방법을 고심하느라 잠도 설쳤다”고 했다.

경기 당일 마음이 편해진 건 맞지만 이유는 달랐다. 최 감독은 “얼마 전까지 선수들이 1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젠 완전히 떨쳤다. 오늘 비기더라도 홈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경기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 감독은 “체력 문제를 걱정했는데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 정신력으로 극복했다”며 “더 힘든 상황도 이겨낸 자신감이 선수단 전체에 여유를 줬다”고 맞받았다.

양 팀은 이날 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다. 전반은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정규리그 득점 1위 전북이 경고 누적 등으로 주전이 많이 빠진 성남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승컵을 7번 안은 성남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포문은 성남이 먼저 열었다. 전반 17분 전광진이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했다. 지난달 1일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한 달 넘게 쉰 전북은 경기 감각이 떨어진 듯 패스가 자주 끊겼다. 전반이 끝날 무렵 이동국이 골을 성공시켰지만 직전에 패스를 연결한 루이스의 핸드볼 판정이 선언돼 아쉬움을 남겼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성남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5분 이동국이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날린 슈팅이 골대 안쪽에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19분엔 전북 진경선의 크로스를 성남 박우현이 걷어내다 자책골이 될 뻔했지만 골키퍼 정성룡이 가까스로 걷어냈다. 이동국은 후반 29분에도 회심의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양 감독은 “이기지 못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최 감독은 “어차피 홈에서 승부를 보면 된다”고 했고, 신 감독은 “주전들이 빠진 상황에서 비긴 것도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양 팀은 6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K리그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린다.

성남=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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