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미란과의 싸움’ 이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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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부담 딛고 용상 187kg 세계新 - 세계선수권 4연패


상지여중 3학년 때 처음 바벨을 잡은 장미란(26·고양시청)은 10여일 만에 출전한 첫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출전한 선수는 장미란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장미란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힘센 여자가 됐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상(140kg), 용상(186kg), 합계(326kg) 등 세 종목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하지만 1인자는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다.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09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부 최중량급(75kg 이상급) 경기를 앞두고 장미란이 짊어졌던 부담의 무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이 대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첫 세계선수권이다. 장미란은 10월 전국체전에서 자신의 평소 기록에 크게 못 미치는 합계 310kg(인상 130kg, 용상 180kg)에 머물러 충격을 받았다. 우승을 기정사실화하는 주변의 시선도 마음에 걸렸다. 이 때문에 장미란은 “이번 대회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해왔다.

10월 전국체전 기록 부진
‘우승은 당연’ 주위 기대등
극심한 심리적 부담 극복
대회 최우수 선수 뽑혀


그는 극심한 부담 탓인지 인상 1차 시기에서 131kg을 드는 데 실패했다. 2차에서 131kg, 3차에서 136kg을 성공시켰지만 138kg을 들어올린 타티아나 카시리나(18·러시아)에게 밀려 2위로 처졌다. 174kg을 신청한 용상 1차 시기에서도 성공하지 못해 암운이 드리우는 듯했다.

장미란의 역전 드라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2차 시기에서 174kg에 재도전해 바벨을 들어 올리며 165kg에 그친 카시리나를 제치고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운명의 3차 시기. 장미란은 2차 때보다 무려 13kg이나 무거운 187kg을 신청했다. 자신이 보유한 용상 세계신기록(186kg)을 넘기 위해서였다. “합∼”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187kg의 바벨은 공중으로 번쩍 올라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관중은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합계 323kg을 들어올린 장미란은 이로써 용상 세계신기록과 함께 세계선수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세계선수권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장미란은 2005년 이후 5연패에 성공한 셈이다. 장미란은 29일 폐회식에서 기자단 심사 결과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베스트 리프터(Best Lifter)’에 선정됐다. 그는 “2012년 열리는 런던 올림픽을 향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보여줬다. 마지막 번호 4자리는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해와 같은 ‘2012’였다.
 
 
 



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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