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솔직히 외야로 날아오는 공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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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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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종욱. [스포츠동아 DB]
두산 이종욱. [스포츠동아 DB]
턱 부상 한달만에 복귀…몸이 공 피해
야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극복


“솔직히요? 무서웠죠. 지금도 날아오는 공에 움찔할 때가 많아요. 얼른 극복해야죠.”

두산 이종욱(29·사진)은 아직도 공이 무섭다고 했다. 6월 2일 광주 KIA전,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재호와 충돌해 목 부위가 2∼3cm 찢어지고 턱 관절 두 군데가 골절되면서부터다. 야구선수는 물론 일반사람으로서도 치명적인 부상. 그러나 이종욱은 한 달 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에게는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만난 이종욱은 “공이 무서웠다. 외야로 날아오는 볼은 특히 그랬다”고 고백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외야를 단단히 지켜내던 그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수비범위가 급격히 좁아지자 좌익수 김현수, 우익수 임재철 정수빈에게 “내가 처리 못하는 볼을 좀 잡아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부상은 타석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공이 몸쪽으로 조금만 붙어도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다시 다치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 처음에는 시즌을 접을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귀를 선택했다. 성적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다시 야구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였다. 그는 “부상이 악재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야구선수로서 내 삶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욱은 마무리훈련 동안 송재박 1군 타격코치와 특별타격훈련을 실시했다. 특훈 내용을 밝혀달라고 하자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코치님과 한 번 해보자고 결의한 게 있어요. 밝힐 순 없고요. 지켜봐주세요.” 이종욱은 야구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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