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자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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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7시 00분


아라켈 남자 69kg급 합계 銀
아버지 옥슨은 서울올림픽 金

“한국은 제게 항상 행운을 주네요.” 아버지는 올림픽 금메달, 아들은 세계선수권 은메달. 이 부자(父子·사진)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이다.

1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 22일 남자 69kg급에서 은메달(합계)을 획득한 아라켈 미르조얀(20·아르메니아공화국)의 코치는 바로 아버지 옥슨 미르조얀(48)이다. 옥슨은 소련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1988서울올림픽 역도 남자 5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옥슨의 합계 기록은 300kg. 옥슨은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화번호와 차번호 뒷자리를 모두 300으로 정했다”며 웃었다.

21년 만의 한국방문. “고속도로도 더 넓어지고, 도시도 커졌다”며 한국의 변화를 실감했지만 가문의 영광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들의 세계선수권 첫 입상. 아라켈은 5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역도에 입문했다. 장난으로 쥐어 준 20kg짜리 역기. 아들의 괴력을 확인한 아버지는 될성부른 떡잎임을 예감했다.

“우리 집에는 한 개의 금메달이 더 필요하다”며 10년 넘게 아들을 다그친 아버지. 아들도 집에 걸린 금메달을 보며 “아버지를 능가하겠다”고 다짐. 이제 ‘한 집안에서 2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내겠다’던 미르조얀가(家)의 목표는 가시권에 들었다. 옥슨은 “축복의 땅 한국에서 또 (올림픽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아들은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한국에 대한 추억을 가슴에 담은 부자는 어깨동무를 하고, 사이좋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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