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76.54kg의 사재혁(24·강원도청)이 212kg의 바벨을 힘껏 들어 올렸다. 힘에 부친 듯 번쩍 치켜든 팔이 계속 흔들렸지만 바벨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쪽에 있었다. 그러나 2, 3초 뒤 왼쪽 팔이 무너지면서 바벨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3개의 심판판정등에 불이 들어왔다. 가장 왼쪽 등은 성공을 뜻하는 흰색이었지만 중간과 오른쪽 등에는 실패를 의미하는 붉은색이었다. 심판판정 1 대 2로 아쉽게 세계신기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2009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용상에서 세계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금메달을 따냈다.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77kg급 용상. 인상에서 160kg을 드는 데 그쳐 5위에 머물렀던 사재혁은 용상 1차 시기에서 205kg을 성공시키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강력한 경쟁자 중국의 루샤오쥔은 204kg, 쑤다진은 200kg에 그쳐 금메달을 확보한 상황. 사재혁은 2차 시기에 이어 3차 시기에서도 세계기록(210kg)보다 2kg 더 나가는 212kg을 신청했다.
하지만 3차 시기에서 두 발을 모은 채 정지 동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공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한경 용인대 스포츠미디어학과 교수는 “발을 모았다고 생각한 순간 힘이 떨어져 바벨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성공 판정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사재혁은 1991년 독일 대회에서 전병관이 56kg급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18년 만에 세계선수권 용상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2주 전 용상 212kg을 들어 오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해 아쉽다. 이젠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예 루샤오쥔은 인상에서 174kg을 들어 올리며 종전 세계기록(173kg)을 갈아치웠고, 합계에서도 378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