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사재혁 첫 金… 아쉽다, 용상 세계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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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세계역도선수권 77kg급
인상은 부진… “이젠 도전자”

몸무게 76.54kg의 사재혁(24·강원도청)이 212kg의 바벨을 힘껏 들어 올렸다. 힘에 부친 듯 번쩍 치켜든 팔이 계속 흔들렸지만 바벨은 여전히 그의 머리 위쪽에 있었다. 그러나 2, 3초 뒤 왼쪽 팔이 무너지면서 바벨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3개의 심판판정등에 불이 들어왔다. 가장 왼쪽 등은 성공을 뜻하는 흰색이었지만 중간과 오른쪽 등에는 실패를 의미하는 붉은색이었다. 심판판정 1 대 2로 아쉽게 세계신기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2009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용상에서 세계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금메달을 따냈다.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77kg급 용상. 인상에서 160kg을 드는 데 그쳐 5위에 머물렀던 사재혁은 용상 1차 시기에서 205kg을 성공시키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강력한 경쟁자 중국의 루샤오쥔은 204kg, 쑤다진은 200kg에 그쳐 금메달을 확보한 상황. 사재혁은 2차 시기에 이어 3차 시기에서도 세계기록(210kg)보다 2kg 더 나가는 212kg을 신청했다.

하지만 3차 시기에서 두 발을 모은 채 정지 동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공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한경 용인대 스포츠미디어학과 교수는 “발을 모았다고 생각한 순간 힘이 떨어져 바벨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성공 판정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사재혁은 1991년 독일 대회에서 전병관이 56kg급 용상과 합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18년 만에 세계선수권 용상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2주 전 용상 212kg을 들어 오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해 아쉽다. 이젠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예 루샤오쥔은 인상에서 174kg을 들어 올리며 종전 세계기록(173kg)을 갈아치웠고, 합계에서도 378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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