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기성용이 흘린 '두 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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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20시 21분


승부차기 실패로 물거품이 된 생애 첫 우승의 꿈

기성용.스포츠동아DB
기성용.스포츠동아DB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기라드' 기성용(19.FC서울)이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밝힌 포부다.
기성용은 지난 8월 소속팀 FC서울과 스코틀랜드 셀틱FC 간 합의가 이뤄져 이적료 200만 유로(약 35억원)에 오는 1월 셀틱으로 둥지를 옮기기로 결정된 상태. 금호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던 기성용은 내년이면 4년간 정들었던 서울을 떠나 셀틱 소속 선수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은 기성용에게 큰 의미가 담겨 있는 팀이다. '귀네슈의 아이들'의 일원으로써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본거지이자 자신의 축구인생에 날개를 달아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전 서울에 9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안겨주고 떠나고 싶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마음이었다.
특히 '단짝' 이청용이 시즌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했음에도 서울이 우승할 능력을 지닌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도 하다. 전남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를 거둬 3위로 밀려나면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지난해 흘린 눈물을 올해도 흘리고 싶지 않다는 필승의 각오로 이번 포스트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의 생애 첫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기성용은 2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에서 서울의 키 플레이 역할을 했지만 팀이 승부차기에서 패하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날 기성용은 전반전에 측면 공격수로 후반에는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공수를 조율했다. 기성용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15분. 아크 서클 오른쪽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쇄도하던 정조국에게 환상적인 침투패스를 연결해 동점골을 도왔다.
특히 기성용은 대표팀의 유럽 원정과 소속팀을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정규시간 90분과 연장 30분을 포함 총 120분 동안 뛰며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아크 서클 주위에서 얻어낸 프리킥은 단연 기성용의 몫.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거나 수비벽에 막혔지만 슈팅의 스피드나 궤적 등은 셀틱에서 전담 키커로 활약했던 나카무라 순스케(일본)에 뒤지지 않았다. 셀틱으로 둥지를 옮겨서도 충분히 전담 키커의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을 높였다.
그렇지만 기성용은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팀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오른쪽 골포스트 쪽으로 정확하게 노려 찼지만 이를 미리 판단한 염동균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결국 서울은 승부차기에서 2-3으로 뒤져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기성용의 우승의 꿈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그 동안 해외 진출, 월드컵 예선 통과 등 승승장구하던 그였기에, 이날 패배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터. 그러나 이번 실패는 분명 기성용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보약인 동시에 그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상암=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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