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의 ‘이유있는 연승’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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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훈련-정신력 강화 결실
“태도가 바뀌니 성적 쑥쑥”


“선수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먼저였다.”

프로야구 KIA 조범현 감독은 올해 우승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프로배구 LIG손해보험 박기원 감독은 “선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생각이 바뀌니 태도가 바뀌었고, 성적이 올라갔다는 얘기다.

LIG손해보험은 17일 우리캐피탈을 꺾고 5연승을 달렸다. 팀의 첫 5연승이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한 시즌에 프로팀을 모두 이긴 것도 처음이다. LIG손해보험은 5시즌 동안 삼성화재에 2차례, 현대캐피탈에 4차례 전패를 당했다. 최근 3년 연속 4위였지만 아마추어 팀 상무와 KEPCO45(지난 시즌부터 프로 팀)를 제외하면 꼴찌였다.

LIG손해보험 김병헌 단장은 4월 ‘한계 돌파’를 호소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머리를 맞댔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약점을 살폈다.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했고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혹독한 훈련과 정신력 강화였다.

훈련은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졌다. 처음 해보는 새벽 훈련에 선수들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차츰 이 과정을 극복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현용은 “2년차 동기인 세터 황동일과 하성래는 라이벌이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상무에서 복귀한 임동규와 김철홍의 가세도 힘이 됐다. 입대 전만 해도 백업 요원이었지만 상무에서 얻은 실전 경험과 성실한 자세로 주전을 확보했다.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매달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상담도 받게 했다. 기복이 심했던 김요한이 큰 도움을 받았다. 7월에는 일주일간 실미도에서 해병대식 극기훈련도 했다. 장홍석 관리운영팀장은 “선수들 사이에서 ‘노력한 게 아까워서라도 질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LIG손해보험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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