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나이지리아 카두나의 아마두 벨로스타디움. 알제리의 어린 수비수들은 한국의 9번이 공을 잡을 때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니폼을 끌어당기고 협력수비까지 해봤지만 힘과 기술이 좋은 9번에게 번번이 농락당했다. 전반 12분. 결국 그 9번이 일을 냈다. 동료가 날카롭게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재빠르게 파고들어 오른발 슛으로 0-0 균형을 깼다. 9번의 선제골로 기세를 탄 한국은 10분 뒤 추가골까지 뽑아내며 알제리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한국의 9번 이종호(17·사진)는 이날 골로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인 우루과이 전에 이어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22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한국은 전반 12분과 22분 이종호와 손흥민(17)의 연속 골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알제리를 2-0으로 제압하고 조별리그 2승 1패를 기록했다. 이탈리아(2승 1무)에 이어 F조 2위가 된 한국은 멕시코와 5일 밤 12시 8강 티켓을 놓고 대결을 벌인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 한국은 네 차례 출전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19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처음이다.
어린 태극전사들이 만드는 기적의 중심엔 ‘광양 루니’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이종호가 있다. 다부진 체격(176cm, 77kg)에 기술, 돌파력, 적극성까지 고루 갖춘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출전한 육상대회에서 순천중앙초교 정한균 감독의 눈에 띄어 축구화를 신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차범근 축구대상’을 받으며 유망주로 인정받은 그는 광양제철중에 다니던 2007년엔 국내 대회 3관왕을 이끌었다. 현재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인 광양제철고에 다니는 그를 두고 박항서 전남 감독은 “몸싸움을 즐기면서 드리블 등 기술까지 갖춘 초고교급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인완 광양제철고 감독도 “종호는 축구 지능이 뛰어난 데다 자면서도 축구만 생각하는 근성까지 있다. 모든 지도자가 탐낼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