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왕선재 감독 취임 “나만의 따뜻한 리더십 120%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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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7시 00분


4개월 만에 ‘대행’ 꼬리표를 뗀 왕선재 대전 시티즌 신임 감독(오른쪽). 27일 취임식에서 김광식 대전 사장과 악수하는 왕 감독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사진제공 | 대전 시티즌
4개월 만에 ‘대행’ 꼬리표를 뗀 왕선재 대전 시티즌 신임 감독(오른쪽). 27일 취임식에서 김광식 대전 사장과 악수하는 왕 감독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사진제공 | 대전 시티즌
강압은 NO!…선수 따라오게 지도

감독대행 4개월 ‘계획없던 드라마’

압박 컸지만 배우고 여유도 찾았다


6월27일 인천전부터 붙은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기까지 정확히 4개월. 왕선재(50) 감독이 27일 대전시티즌 사령탑에 정식 취임했다. 대전 구단이 발표한 계약 기간은 2년. 물론 나름의 마스터플랜도 세웠다. “어, 세밀하면서도 뭐라노. 악착같고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죠. 1차 목표는 내년 시즌 ‘외자(한자릿수)’이고, 6강도 기대하지 예.” 설렘 반, 부담 반의 심경 속에 프로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왕 감독을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 앞서 대전 선수단 숙소에서 만났다.

○홀로서기

모두가 “이쯤이면 됐다”고 했지만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배움에 대한 열망과 떠나보낸 스승(김호 전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 공존한 탓일까. 그러나 결정은 내려졌다. 대전 구단이 최근까지 검토한 9명의 사령탑 후보군 중 선택된 왕 감독은 새롭게 찾아온 이 순간을 ‘홀로서기’로 정의했다. 김호 전 감독과 함께 했던 오랜 시간. 83∼84년 한일은행 축구단 때부터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현역 은퇴 후에도 2001년 수원 삼성 스카우트 겸 2군 코치로, 또 대전에서 수석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남들이 돈 주고 살 수 없는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죠. 솔직히 좀 더 (김 감독을) 모시고 싶었죠.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결코 ‘꼬리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분이 입혀놓은 좋은 채색을 유지하되, 발전을 꾀한다고 할까. 스승이 100%%를 펼쳐냈다면 전 ‘120%% 왕선재 축구’를 보여야죠.”

○전화위복

그는 ‘대행’을 달고 있던 4개월을 ‘계획 없던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갑작스레 주연을 맡은 주인공은 심적 압박이 컸다.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또한 신분 보장이 계속 늦춰져 조급하기까지 했다. “미래 설계가 전혀 안돼 머리가 아팠죠. 리그를 포기하고 올인한 성남과 FA컵 4강전을 지면서 사실 마음을 비웠어요.” 그러나 전화위복이 됐다. 게임을 하면서 배웠고, 복기하며 또 배웠다. 오히려 잠시 잃었던 여유도 찾았다. “풀죽은 선수들을 다독였죠.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저 선생님을 믿어달라고 했죠.”

리더십을 묻자 ‘덕장’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강압적인 감독은 싫어요. 선수가 먼저 따라오게끔 해야죠. 왕선재가 지도하면 잘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죠.”

가족(부인, 1남1녀)을 호주로 떠나보낸 외로운 기러기 아빠. 감독에 선임된 직후, 고향(경남 산청)에 사는 작은 누나(왕선희 씨·52)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했다. “누나가 ‘축하해요’라고 존댓말을 처음으로 해줬어요. 3남2녀 중 막내인데, 그냥 누나가 먼저 떠올랐어요. 가족들은 지금쯤 인터넷으로 확인했겠네요. 이제야 말하는데 어젯밤은 정말 길었어요.”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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