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번트 앞엔 ‘야신’도 땅을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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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이용규 스퀴즈 성공 결승점… KIA “1승 남았다”
로페즈 완봉… 판정항의 김성근 감독 PS 첫 퇴장

승부 가른 ‘개구리 번트’KIA 이용규(왼쪽)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3회말 1사 1, 3루에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SK 포수 정상호가 오른쪽 타석까지 빠져나와야 잡을 수 있는 공이었으나 이용규는 순발력 있게 팔을 쭉 뻗는 ‘개구리 번트’로 3루 주자 이현곤을 홈으로 불러들여 귀중한 선제 결승 타점을 올렸다. 양회성 스포츠동아 기자
승부 가른 ‘개구리 번트’
KIA 이용규(왼쪽)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3회말 1사 1, 3루에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SK 포수 정상호가 오른쪽 타석까지 빠져나와야 잡을 수 있는 공이었으나 이용규는 순발력 있게 팔을 쭉 뻗는 ‘개구리 번트’로 3루 주자 이현곤을 홈으로 불러들여 귀중한 선제 결승 타점을 올렸다. 양회성 스포츠동아 기자
중립경기였지만 잠실구장은 KIA의 완벽한 홈이었다. 외야는 물론 3루쪽 SK 응원석에도 노란 막대풍선이 물결쳤다. 22일 열린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KIA가 SK를 3-0으로 꺾고 먼저 3승 고지를 밟았다.

○ 이용규 절묘한 스퀴즈 번트

KIA는 0-0으로 맞선 3회말 1사 후 9번 이현곤이 2루타로 출루한 뒤 1번 김원섭의 내야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20일 4차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KIA는 그날 0-2로 뒤진 3회초 1사 후 이현곤과 김원섭의 연속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지만 2번 장성호가 병살타를 때렸다. 하지만 이날 2번 이용규는 달랐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1볼에서 KIA 조범현 감독은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상대 작전을 간파한 SK 선발 카도쿠라 켄은 바깥쪽으로 공을 뺐다. 포수 정상호가 일어나서 받으려 했지만 공에 먼저 닿은 건 이용규의 배트였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지는 공을 배트로 맞히며 스퀴즈에 성공했던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를 떠올릴 만했다. 김재박과 달리 이용규는 1루에서 아웃됐지만 KIA는 이현곤이 홈을 밟아 결승 선제점을 올렸다. 이용규는 “요즘 타격 감각이 좋지 않아 스퀴즈 작전을 예상했다. 상대가 피치아웃을 완벽하게 못했고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 KIA 로페즈 눈부신 완봉

경기 전 KIA 조범현 감독은 말을 아꼈다. 3차전을 앞두고 “온 우주의 기운이 KIA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며 여유를 보이던 때와는 달랐다. 쫓기는 자의 초조함을 침묵으로 달래는 듯했다. 하지만 선발 등판하는 아킬리노 로페즈에 대해 묻자 웃음을 보였다. 조 감독은 “SK가 한 번 당한 투수에게 두 번 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로페즈는 다를 것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오늘도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에서 8이닝을 6안타 3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던 로페즈는 이날 삼진 6개를 낚으며 4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완봉 역투를 보여줬다. 로페즈는 “정규시즌과 달리 초반에 싱커를 많이 던진 게 통했다. 컨디션도 좋았고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90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해 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입장 수입은 5억6241만 원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 이날까지 포스트시즌 총수입은 59억2214만 원에 이르러 지난해 거둬들인 사상 최고액 53억6057만 원을 넘었다. 6차전은 23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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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KIA, 폭풍전야
“6차전이 끝”

▽조범현 KIA 감독=이용규가 3회 스퀴즈번트를 잘 대줘 더그아웃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완봉승을 거둔 선발 로페즈는 정말 좋은 피칭을 했다. 6회 SK의 수비 장면은 순간적인 상황이라 잘 못 봤다. TV를 본 직원으로부터 고의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정상적인 것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내일 6차전에서 전력을 다해 우승을 확정지을 생각이다.“노 코멘트”

▽김성근 SK 감독=노코멘트. (6회 퇴장을 당한 뒤 감독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8회 KIA 공격 때 숙소로 돌아갔다고 박철호 홍보팀장이 전했다. 박 팀장이 전화로 이날 경기 소감을 묻자 위와 같이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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