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도전은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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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오은선이 19일 안나푸르나(8091m) 정상을 앞에 두고 돌아섰다.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이라는 목표 달성도 내년으로 미뤘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는 거대한 히말라야를 모두 품고자 하는 최초 여성이라고 하기엔 왜소한 155cm, 48kg의 아담한 체구를 지녔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여준 그의 용기와 카리스마는 히말라야가 인정할 만 했다.

오 대장은 1966년 3월 15일 전북 남원에서 1남 2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아직까지 미혼인 그는 '산과 결혼한 것 아니냐'는 농담에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산에 처음 끌린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던 도중 북한산 인수봉을 봤다. 깎아진 절벽을 보고 언젠가는 오르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는 수원대 입학 후 1학년 2학기 때 산악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2학년 때 9년 전 가슴에 새겼던 인수봉에 올랐다.

그는 1993년 14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한국 여성 원정대에 참가하며 히말라야와 첫 인연을 맺는다. 당시 그는 7300m까지 오르며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원정대를 이끌며 정상을 밟았던 이가 故 지현옥으로 10년 전 안나푸르나 정상 등정 후 하산 도중 실종됐다.

그 후 히말라야는 오은선에게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히말라야를 오르기 위해 그는 학원 강사, 식당 종업원 등 갖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04년 에베레스트 단독 등정 후 2007년 초오유(8201m)와 K2(8611m) 등정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히말라야 4개 고봉을 오르며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여성 최초 14좌 완등 도전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다.

2009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치열하게 히말라야에 올랐다. 7월 11일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 후에는 경쟁자이자 동료였던 故 고미영 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아픔을 딛고 두 달 전 가셰르브룸Ⅰ(8068m) 정상을 밟았다. 그리고 10월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아 대미를 장식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안나푸르나=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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