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제 방망이만 믿으세요”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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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스타’ KIA 김상현-SK 박정권, 양팀 공격의 핵으로

김상현(29·KIA)과 박정권(28·SK). 둘은 올 시즌 야구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순탄치 않은 선수 생활을 거쳤다는 점도 닮았다. 무엇보다 둘은 상무에서 군 생활을 같이한 ‘전우’다.

둘은 1군에서 빛을 보지 못하다 입대한 뒤 2군 리그에서 홈런왕과 타격왕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상현은 2001년 KIA에 입단한 이듬해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해 2005년 상무에 입대했다. 2006년 2군 북부리그 홈런왕(23개)과 타점왕(70개)에 올랐다.

박정권은 2000년 신인 2차 지명에서 65번째로 SK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동국대 진학을 선택했다. 2004년 SK로 돌아오지만 24경기에서 타율 0.179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해 2군에서 북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했고 이듬해 상무에 입대한 뒤 타격왕을 2연패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1군 무대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상현은 제대 후 2007년 LG에 복귀해 두 시즌을 보냈지만 인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 초 KIA로 트레이드됐다. 박정권도 제대 후 팀 내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부상에 시달리면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올 시즌 약속이나 한 듯 우뚝 섰다. 김상현은 트레이드 직후 KIA에서 신들린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율 0.315에 36홈런(1위), 127타점(1위)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후보 1순위에 올랐다. 박정권도 타율 0.276, 25홈런, 76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남겼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0.476, 3홈런, 8타점의 맹타로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적이 돼 만난 두 전우. 누가 마지막에 환하게 웃을까.

광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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