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형, 미안…” 강동희의 일격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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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하는 승자와 패자강동희 동부 감독(오른쪽)이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89-79로 승리를 거둔 뒤 허재 KCC 감독을 끌어안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1년 선배이자 단짝인 허 감독과 함께 과거 중앙대와 기아를 최강으로 이끌었지만 늘 허 감독의 그늘에 가려 있던 강 감독은 이날 승리로 처음 ‘허재’라는 벽을 넘었다. 전주=연합뉴스
포옹하는 승자와 패자
강동희 동부 감독(오른쪽)이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89-79로 승리를 거둔 뒤 허재 KCC 감독을 끌어안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1년 선배이자 단짝인 허 감독과 함께 과거 중앙대와 기아를 최강으로 이끌었지만 늘 허 감독의 그늘에 가려 있던 강 감독은 이날 승리로 처음 ‘허재’라는 벽을 넘었다. 전주=연합뉴스
프로농구 개막경기
동부, 챔프 KCC 완파
화려한 감독 데뷔전

‘태양과 달.’

한 선수는 태양으로 불렸다. 화려한 플레이와 폭발적인 득점력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다른 선수는 달처럼 은은한 플레이를 펼쳤다. 묵묵히 태양 아래서 자신의 몫을 다했다. 태양이라 불린 선수는 은퇴 역시 화려했다. 단숨에 프로팀 감독으로 데뷔해 지난 시즌 우승컵까지 안았다. 다른 선수는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꾸준히 코치 수업을 밟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한국 농구의 ‘영원한 명콤비’ KCC 허재 감독(44)과 동부 강동희 감독(43). 현역 시절 중앙대와 실업 기아의 전성기를 이끈 둘은 올 시즌 강 감독이 동부 사령탑으로 승격하면서 마침내 같은 선상에 섰다. 그리고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에 앞서 강 감독은 “지금껏 한 번도 허재 형을 이겨본 적이 없다”며 웃었다. 또 “막상 감독이 되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 KCC의 허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다른 팀들 모두 상향평준화돼 방심할 수 없다”면서도 “부상 선수만 없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이 빗나갔다. 기존 국가대표급 라인업에 용병급 귀화선수 전태풍까지 영입한 KCC의 우세 전망과 달리 동부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예년에 비해 높이가 낮아진 만큼 빠른 스피드로 승부하겠다는 강 감독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전반을 44-39로 앞선 동부는 3쿼터 종료 무렵 14점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결국 89-79로 동부의 승리. 동부는 마퀸 챈들러가 26점, 김주성이 20점을 올리며 승리에 앞장섰다. KCC는 하승진이 16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동부의 압박 수비와 빠른 스피드에 경기 내내 고전하며 홈에서 승리를 내줬다.

경기 내내 차분한 표정으로 지시를 내린 강 감독은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야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대어’를 낚은 기분을 묻자 “아직 한 게임을 치렀을 뿐”이란 답이 돌아왔다. 수십 년 만에 처음 1인자로 올라선 초보 감독의 담담한 소감이었다.

전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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