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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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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달리며 태권도를 알리니 일석이조죠.”
마라톤을 할 때는 간편한 복장을 하는 게 기본. 하지만 이날 참가자 중에는 태권도복을 입고 하프코스에 출전한 청년 3명이 눈에 띄었다. 충남 공주시에서 태권도 도장 ‘US(Unify Spirit) 태권도’를 운영하고 있는 허은행 씨(29)와 이 도장에 다니는 홍석주(27), 웨슬리 에런 씨(28). 허 씨는 1시간59분10초, 홍 씨는 2시간11분37초, 에런 씨는 2시간30분17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허 씨는 이 대회 하프코스에만 5번째 참가하는 마라톤 베테랑이다. 허 씨는 “이전에는 마라톤 유니폼을 입고 뛰었는데 도복을 입고 뛰니 너무 힘들었다. 기록도 평소보다 15분 정도 뒤졌다. 하지만 공주 토박이로서 이곳 최대 축제인 백제마라톤에서 태권도를 알리고 싶어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군장교(ROTC)로 전역한 홍 씨는 대통령경호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시험을 통과하는 데 태권도와 마라톤 모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도복 레이스’에 나섰다. 홍 씨는 평소 달리기를 즐겼지만 공식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2월 영어 강사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에런 씨는 올 4월부터 이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최근 태권도를 하다 오른 발목을 접질려 뛰기 전부터 절뚝거렸던 그는 레이스 도중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생기는 힘든 상황에서도 완주를 해 박수를 받았다. 에런 씨는 “태권도 선생님(허 씨)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마라톤은 처음이지만 힘들고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에런 씨는 “내년 2월에 잠시 미국에 돌아가 가족을 만난 뒤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다. 태권도와 마라톤 모두 매력 있다. 내년 대회 때도 도복을 입고 함께 뛰고 싶다”고 말했다.
공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완주한 뒤 느끼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그게 마라톤의 매력이죠.”
풀코스 남자부에서 2시간37분36초로 우승한 서건철 씨(38·사진)는 마라톤 경력이 20년이나 된다. 고교 시절부터 사회체육센터에서 마라톤 동호인들과 어울린 게 계기가 됐다. 경력은 길지만 대회 출전을 욕심내지는 않았다. 한동안 하프코스에 출전하다 7년 전부터 풀코스에 출전했다. 풀코스 입문 2년 만에 서브 스리(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했고 이번 대회까지 10차례 풀코스를 뛰었다. 그는 “백제마라톤은 처음인데 경치가 너무 좋고 코스도 지루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담 없이 뛰었는데 우승까지 해버렸네요.”
풀코스 여자부에서 2시간55분25초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한 권순희 씨(37·사진)는 마라톤 경력이 3년밖에 안 된다. 부산 사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 씨는 2006년 5월 단골손님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풀코스를 뛴 그는 25차례 풀코스를 완주했고 그중 15차례나 우승했다. “등산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어제 남편과 함께 찾은 공주 알밤축제도 즐거웠는데 오늘 코스도 너무 좋았다. 즐거운 추억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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