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통신]<5>김재수 원정대 눈사태로 한때 조난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캠프2 이동 중 PD 등 5명 부상… 오은선 원정대 구조 도와

“PD가 눈사태에 휩쓸려 아예 걷지를 못해요. 구조 인원이 더 필요합니다.”

25일 오전 9시 반(현지 시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90m)에는 김재수 대장(46)의 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무전을 받은 사람은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유명한 김홍빈 대장(45). 그는 곧바로 맞은편 오은선 대장(43·블랙야크)에게 달려가 상황을 전했다.

김재수 원정대는 낭가파르바트(8126m) 하산 중 사망한 고미영 씨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고자 안나푸르나(8091m) 등반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오전 8시경 캠프1에서 캠프2로 가던 중 눈사태를 맞았다. 김 대장과 문철한 대원, 포터 2명은 어깨, 허리 등에 부상했다. 동행했던 KBS 외주 제작사의 신현한 PD는 왼 발목을 다쳐 걷지 못하게 됐다. 김홍빈 대장은 셰르파 2명을 사고현장으로 급히 올려 보냈다. 하지만 구조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 대장의 캠프를 찾은 것이다.

오 대장은 자신의 일정을 잠시 접고 셰르파 4명을 전진 베이스캠프(5100m)로 올려 보냈다. 이곳에 미리 도착해 있는 현지인 팀원 6명도 구조 작업에 동참하도록 지시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현재 한국 원정대 4개팀이 캠프를 차렸다. 오은선 원정대 주위에 김재수 김홍빈 김창호(40) 원정대가 각각 자리 잡았다. 외국 원정대는 없어 ‘코리아타운’을 방불케 한다.

김홍빈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반 중 조난해 손가락 열 개를 모두 잃었다. 하지만 산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올해 초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이번 안나푸르나는 여섯 번째 히말라야 8000m 고봉 도전이다. 김창호 대장은 박영석 엄홍길 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산악인으로 손꼽힌다. 파키스탄 히말라야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등반 실력, 모험정신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로 평가 받는다. 캠프1 구축을 위해 전진 베이스캠프에 머물고 있던 그는 동료 2명과 함께 김재수 원정대 구조 작업을 돕고 있다.

결국 한국 원정대 4개팀의 대원 및 셰르파들은 신 PD를 한 번에 15m씩 업고 내려와 오후 4시 반경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신 PD는 헬기가 도착하는 대로 카트만두로 이동해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김재수 대장은 오른팔과 왼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30, 40층 건물 크기의 얼음 덩어리가 덮쳐 70m를 휩쓸려갔고 다른 대원들은 100m 이상 튕겨 나갔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다른 한국 원정대가 도와줘 구조 작업을 신속히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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