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꽃 피운 ‘조갈량’ 야구

  • 입력 2009년 9월 24일 2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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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히어로즈전 대타 이재주 쐐기 3점 홈런, 8월 30일 두산전 대타 장성호 역전 만루홈런, 8월 22일 SK전 대타 이재주 역전 3점 홈런, 8월 21일 SK전 대타 나지완 역전 만루홈런….

올해 대타 만루홈런은 2개 나왔다. 모두 KIA가 때렸다. 대타 홈런 27개 가운데 7개가 KIA 몫이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KIA는 그 7경기를 모두 이겼다. 신들린 듯 적중하는 조범현 감독(49)의 작전. 팬들은 그에게 '조갈량(조범현+제갈량)'이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조범현 야구'가 꽃을 피웠다. 조 감독은 감독 데뷔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었다.

그의 선수 시절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구 출신으로 인하대를 졸업한 뒤 1982년 원년 멤버로 데뷔한 그는 OB와 삼성에서 11년 동안 타율 0.201에 12홈런 107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였던 그의 진가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빛을 발했다. 1993년 쌍방울 배터리 코치로 부임한 뒤 백업 요원이었던 박경완(SK)을 국내 최고의 포수로 키워냈다.

2000년부터 삼성 코치로 있던 조 감독은 2003년 SK 감독으로 취임했다. 뛰어난 지도력과 온화한 성품 덕분에 구단 프런트의 신임 감독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하위권을 맴돌던 SK는 그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처음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6년 팀이 6위에 그치면서 감독에서 물러났다. 2007년 코치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그해 연말 다시 사령탑이 됐다.

조 감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SK 김성근 감독이다. 대구 대건고 야구부가 해체되자 그를 서울로 불러올린 사람이 당시 충암고를 맡고 있던 김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OB 선수 시절에도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쌍방울 코치 시절에도 김 감독 옆을 지켰다.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3승 4패로 아쉽게 진 뒤 "스승인 김성근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던 그는 김 감독의 SK와 치열한 경쟁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KIA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누가 될까. 만일 SK라면 조 감독은 스승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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