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직행

  • 입력 2009년 9월 24일 2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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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대 히어로즈 경기가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렸다. 5-0 승리를 거두며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기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군산 | 김종원기자
2009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대 히어로즈 경기가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렸다. 5-0 승리를 거두며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기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군산 | 김종원기자
화려한 폭죽이 군산 하늘을 수놓았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선수들은 정규시즌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쓴 채 얼싸안았다. 이게 얼마만의 일인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16년 동안 해태는 9번이나 우승했다. 우승하지 못한 해가 더 적었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는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해태의 빨간 유니폼은 다른 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해태 왕조'라는 말은 자연스러웠다.

해태가 모기업의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KIA로 문패를 바꿔단 것은 2001년 시즌 중반. 하지만 KIA는 해태 시절의 위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타이거즈는 1997년 통합 우승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5년에는 처음으로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고 2007년에 다시 꼴찌를 하며 왕조는커녕 대표적인 약체 팀으로 전락했다. 그런 KIA가 24일 군산에서 히어로즈를 5-0으로 꺾고 1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KIA의 돌풍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 하위권을 맴돌던 KIA는 8월 한 달 20승 4패를 거두며 1위를 굳혀 나갔다. SK가 최근 17연승을 달리며 거세게 추격했지만 역대 월간 최다승으로 승수를 쌓아둔 KIA를 끌어내릴 수는 없었다. 왕조의 부활을 위해 4번 최희섭-5번 김상현의 'CK포'가 앞장섰다. 지난해까지 '똑딱이 타선'이었던 KIA는 시즌 초 LG에서 트레이드된 김상현이 가세하면서 대포 군단으로 변신했다. 올해 4개의 만루포를 쏘아올린 김상현은 8월 월간 최다 홈런 타이(15개)와 월간 최다 타점 타이기록(38개)을 세웠다. 지난해 6홈런에 그쳤던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도 32홈런으로 이름값을 했다. 'CK'포가 합작한 홈런은 68개, 타점은 224개나 된다. 이날도 김상현은 1회 2사 1, 2루에서 결승 적시타를 때린 뒤 3회 쐐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고 최희섭도 5회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두터운 선발진이 버틴 마운드도 상대가 넘기 힘든 산이었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이 중간 계투로 나설 정도로 KIA에는 힘 있는 선발 투수가 넘쳤다. 두 외국인 투수 릭 구톰슨(13승 4패)과 아퀼리노 로페즈(14승 5패)는 27승을 합작했고 양현종은 12승(5패), 윤석민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면서도 9승(4패 7세이브)을 올렸다. 마무리 유동훈의 활약도 돋보였다. 55경기에 등판해 평균 자책은 불과 0.55. 6승 2패 21세이브 10홀드가 그의 어깨에서 나왔다. 모래알 같던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는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종범의 역할이 컸다. 최고 스타였던 그는 자신을 버리고 철저히 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다. 위기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인 것도 그였다.

해태는 9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우승했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가 해태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호남 팬들은 10월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군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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