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송진우… 프로야구 ‘영원한 회장님’ 은퇴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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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마운드를 지켰다. 그가 던지면 기록이 됐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한화 송진우가 23일 은퇴경기인 LG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5회말이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송진우는 1회초 LG 톱타자 박용근을 상대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박용근은 투수앞 내야 안타를 쳤다. 대전=연합뉴스
21년간 마운드를 지켰다. 그가 던지면 기록이 됐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한화 송진우가 23일 은퇴경기인 LG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5회말이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송진우는 1회초 LG 톱타자 박용근을 상대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박용근은 투수앞 내야 안타를 쳤다. 대전=연합뉴스
21년 지킨 마운드 떠나 전설로

프로 데뷔 후 4만9024번째 투구가 그의 손을 떠났다. 마운드에 우뚝 선 그를 이제 볼 수 없다는 걸 이 공도 알아차린 걸까. 마지막 상대 타자인 LG 톱타자 박용근이 친 공은 다시 한 번 그의 품을 찾아 사뿐히 날아들었다. 그러나 긴장한 탓일까. 그는 이 공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했다. 글러브를 스쳐 지나간 타구는 그의 통산 2718번째 피안타가 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만원 관중의 환호에 모자를 벗어 흔들며 담담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한화 송진우(43)가 23일 LG와의 대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은퇴경기를 갖고 21년간의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평일임에도 대전구장에는 1만500명의 만원 관중이 찾아 ‘전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전 열린 팬사인회에서는 유치원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길게 줄을 섰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듯 송진우는 경기에 앞서 자신의 등번호 21번에 맞춰 21명의 팬을 선정해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는 팬 서비스를 했다.

5회말이 끝나고 가진 은퇴식에서는 등번호 21번이 프로야구 통산 여덟 번째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김영덕 강병철 이희수 감독 등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한화 사령탑을 맡았던 감독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 애제자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송진우는 자신을 야구에 입문시킨 초등학교 시절 은사 조중협 충북야구협회 고문(92)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송진우는 경기 후 “울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에는 내 생애 마지막 상대 타자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했다”며 “삼진을 잡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돼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송진우는 숱한 승리 중 데뷔전이었던 1989년 4월 12일 롯데를 상대로 거둔 완봉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데뷔전 완봉승은 당시 송진우가 역대 다섯 번째였고 이후 지금까지 21년간 나오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은퇴경기는 열세 번 있었고 투수 은퇴경기는 1996년 정삼흠(LG)과 2001년 이상군(한화) 이후 송진우가 세 번째다.

대전=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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