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정수근 영구제명은 면했지만…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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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찾은 정수근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찾은 정수근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KBO, 무기한 실격 처분

회의는 길었다. 2시간 30분을 넘겼다. 정수근은 3일 오후 1시 20분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나타났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상벌위원회는 그의 얘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상벌위원회가 해당 선수의 소명을 들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는 15분가량 발언한 뒤 다른 곳에서 기다렸고 오후 3시 20분쯤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 추가 소명을 했다.

상벌위원회가 끝난 뒤 KBO가 배포한 보도 자료는 짧았다. “신고자 및 선수 본인의 진술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선수가 경기 외적인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야구규약 제145조(마약 및 품위손상 행위) 3항을 근거로 무기한 실격 처분을 과하였다”라는 내용이었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징계를 받고 올 6월 풀려났다. 2004년 무기한 출장 정지(20경기 만에 해제)까지 포함해 세 번째 중징계다.

정수근은 8월 31일 오후 11시 45분쯤 부산 해운대구 모 술집에 있었고 술집 종업원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확실한 사실은 거기까지다. 종업원은 이후 “롯데 팬으로서 경기 전날 술을 마시는 선수를 보고 화가 나 거짓 신고를 했다. 다른 일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신고자는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취해서 옷을 벗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당사자들만 안다.

상벌위원회는 “향후 선수 본인의 진술이 사실로 확증될 경우 재심의하기로 하였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수근 본인의 말처럼 ‘맥주 두 잔만 마셨을 뿐’이라면 경찰 등 사법기관에 의뢰해서 입증하라는 것이다.

다행히 영구 제명은 피했지만 징계가 풀리기 전까지 정수근은 야구를 할 수 없다. 시즌 후 롯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더라도 실격 상태에서는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없고 해외에서도 뛸 수 없다.

결과를 통보받은 정수근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사법기관에 의뢰하는 일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수근은 과연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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