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인간 번개’ “경쟁 상대는 외계인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 볼트, 또 100m 이어 200m ‘19초19’로 세계新
지옥훈련으로 스타트 약점 보강
“나의 기록행진, 여기가 끝 아니다”

“우사인, 제게 하이파이브 좀 해줘요.” “그래, 힘내라. 우리 꿈나무들. 열심히 하면 된다.”
2월 단거리 왕국 자메이카를 취재 갔을 때의 한 장면이다. 자메이카 킹스턴의 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서인도대학(UWI) 초청 육상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번개 인간’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는 어린 선수들의 우상이었다.
21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에서 19초1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볼트는 자메이카의 희망 전도사다. 18세기 아프리카 노예수입 항구의 역사를 간직한 트렐로니에서 가난한 노예의 후예로 태어난 볼트는 크리켓과 축구를 즐기다 육상을 만나 월드 스타로 도약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세계 최고 스타가 된 볼트는 “내가 어린이들에게 꿈을 전해주다니 정말 영광이다. 어린이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땀방울 없인 기록도 없다
볼트는 수도 킹스턴의 자메이카공대 내에 있는 상급자 훈련소(HPTC)에서 훈련한다. HPTC는 다리의 힘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트랙을 잔디로 만들었다. 볼트는 이곳에서 글렌 밀스 대표팀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밀스는 볼트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뒤 직접 찾아가 받아달라고 부탁한 코치. ‘호랑이 코치’로 소문난 밀스는 196cm의 장신 볼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단거리의 최장 거리인 400m 훈련을 집중시켜 100m, 200m 세계 최강으로 키웠다. 장신임에도 효율적이고 파워 넘치는 질주를 하기 위해서 400m 지옥훈련을 시킨 것이다.
○ 진화하는 ‘괴물’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100m(9초69)와 200m(19초30)에서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볼트는 올 초부터 스타트 보강에 나섰다. 당시 100m 출발 반응시간 0.165초, 200m는 0.182로 최하위권. 그런 상황에서도 세계기록을 세웠으니 스타트를 보강하면 다시 한 번 세계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볼트는 자전거 튜브 같은 탄성 고무 벨트를 허리에 묶고 달리는 독특한 훈련으로 스타트 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 100m 반응시간 0.146초, 200m에서 0.133초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고 또다시 100m(9초58)와 200m(19초19)에서 동시에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의 상대는 이제 ‘외계인’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전설이 되고 싶다
볼트는 “나의 기록 행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라며 단거리의 전설인 제시 오언스와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이상 미국)과 같은 영웅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지만 100m에서는 9초40, 200m에서는 가능하다면 19초벽을 깨겠다. 내 땀방울이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소 춤과 음악을 즐기는 볼트는 트랙에서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세계기록을 세운 뒤 하늘을 향해 활 쏘는 포즈의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볼트는 이미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
베를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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