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요” 끝내 눈물 흘린 외국인 선수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덩크 콘테스트 출전 그레이브스 씨
경기 두 시간전 부상으로 기권

“아쉽네요. 많은 걸 준비했는데….”

9일 오후 서울광장 특설코트 옆 잔디밭. 커다란 덩치에 치렁치렁 내린 레게 머리가 인상적인 한 외국인이 잔디밭에 앉아 자리를 뜨질 못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의 이름은 케빈 그레이브스 씨(24·사진). 한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된 이 풋내기 외국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레이브스 씨는 전직 농구 선수다.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2005년부터 3년간 멕시코리그에서 농구를 했다. 미국에서는 길거리 농구 선수로도 활약했다. 그의 농구 인생을 가로막은 건 부상. 멕시코리그에 있을 당시 무릎 수술을 받으며 농구공을 놨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했다. 무릎 상태가 좋아지면서 다시 농구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 프로농구를 봤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한국에서 교사 제의가 왔다. “아이들을 평소 워낙 좋아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국에 올 기회까지 생겼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그는 전북 임실군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돌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레이브스 씨는 ‘킹 오브 더 3온3’ 길거리농구대회 덩크 콘테스트에 신청서를 냈다. “훌륭한 농구선수가 되는 건 농구선수였던 아버지와의 약속이죠.” 그러나 아쉽게 실력 발휘는 하지 못했다. 환상적인 덩크슛을 선보여 농구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했지만 경기 두 시간 전 연습하다 팔목을 다쳤다. 그는 “이번 대회를 내 꿈을 이룰 관문으로 생각했는데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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