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승 남았네”…1000승 김인식의 기막힌 덕담

  • 입력 2009년 8월 8일 08시 32분


“어서 오시게나.”

7일 대전경기가 우천 취소되기 전, 구장에 도착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김인식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한화 덕아웃을 찾았다. 김인식 감독은 “어서 오시게나”라며 ‘까마득한 후배 감독’을 따뜻하게 맞았다. 취재진이 하루 전 감독 데뷔 후 100승을 거둔 김시진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자 김시진 감독은 “김 감독님도 계신데 쑥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도 “이제 900승 남았네”라고 덩달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1000승 감독’이 되라는 덕담. 딱히 답을 찾지 못한 김시진 감독은 그냥 연신 손사래만 쳤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어색(?)한 분위기를 깬 건 역시 김인식 감독이었다. 전날까지 개인통산 965승으로 1000승까지 이제 35승만을 남긴 그는 “난 이러다 1000승 못하고 그냥 사라질 것 같아”라고 농담을 건넸다. “한달에 4, 5승하니 되겠어?”라는 말과 함께. 올 시즌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끝남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주변에선 “국민감독이 무슨 말씀이냐…”고 위로(?)했지만 김 감독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다.

때 마침 빗줄기가 굵어지고 게임 진행이 어려워 보이자 SK와 연 사흘 피말리는 혈투를 벌이고 온 히어로즈 김 감독은 “정말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며 은근히 우천 취소를 희망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뭐 우리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상관없어”라고 말하면서도 “취소 결정을 빨리 해 줘야 히어로즈가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 하고 밥 먹는 시간이 맞아떨어질텐데…”라며 세심하게 상대팀 일정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선후배가 마운드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 요즘 야구계를 생각할 때 비록 하위권에 처져있는 두 팀 감독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령탑의 만남에는 훈훈하고 인간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대전|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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