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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3일 0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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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수 중 마지막 20승 투수이자 통산 124승에 빛나는 정민태(39)가 2일 목동구장에서 지각 은퇴식을 했다. 이날의 은퇴식은 이례적이었고, 여러 가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히어로즈가 창단되자 KIA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 올해 김시진 감독이 부임하면서 히어로즈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은퇴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 코치는 “김시진 감독님도 삼성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다 막바지에 롯데로 가면서 은퇴식도 없이 은퇴하셨다. 나도 지난해 KIA에서 선수생활을 마쳐 은퇴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님에게 미안하고 구단에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시즌 전부터 구단 직원들에게 “정 코치의 은퇴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보통 은퇴식은 한 팀에서 뛰다 은퇴한 선수에게 하는 것인데 조금 생뚱맞은 느낌도 있다”는 주위의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구단 직원들에게 은퇴식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표로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창단하면서 현대 유니콘스 선수를 모두 끌어안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정민태만 외부로 튕겨져 나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가 은퇴식도 없이 지난해 KIA에서 유니폼을 벗은 것이 그동안 늘 마음의 짐이 됐다고 한다. 4월초 은퇴식을 하려고 했지만 정 코치가 “팀 성적도 좋지 않다”며 난감해하면서 이제야 뒤늦은 은퇴식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히어로즈는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의 예산을 들여 조촐하지만 성대한 은퇴식을 했다. 그리고 정민태가 프로에 데뷔하던 1992년 태평양 사령탑이었던 정동진 전 감독과 현대 시절의 정재호 단장, 전성길 운영부장 등을 초청했다.
영웅의 퇴장을 슬퍼하는 것일까, 아니면 축복하는 것일까. 은퇴식 도중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가 내렸다. 정민태는 마운드에 키스를 한 뒤 생애 마지막 투구를 했다. 그러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쳤다. 이날의 지각 은퇴식은 마치 가정형편상 자식을 낳고 뒤늦게 올리는 결혼식처럼, 애틋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사진ㅣ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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