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미운 이운재 결장… 스테보 골맛 반감

  • 입력 2009년 7월 9일 08시 10분


포항의 ‘마케도니아 특급’ 스테보(27)에게 수원전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바로 특정 선수와의 악연(?) 때문이다.

포항과 수원의 컵대회 8강 1차전이 열린 8일 포항 스틸야드. 데닐손이 빠진 탓에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홀로 책임진 스테보의 각오는 대단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수원의 골키퍼 이운재와 좋지 않은 추억을 털어내고 싶었던 탓이다. 작년 10월 8일 열린 컵 대회 4강에서 포항은 수원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마지막 키커로 나선 선수가 스테보. 그의 발끝을 떠난 볼은 맥없이 이운재의 품에 안겼다. 머리를 움켜쥔 스테보를 향해 이운재가 혀를 내밀며 ‘메롱’ 하는 동작을 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올해 3월 7일 열렸던 K리그 개막전. 스테보는 두 번째 골을 넣고 흥분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화살’ 세리머니를 하다 경고를 받고, 옐로카드 2회 퇴장을 당했다. 이때 이운재는 박수를 치며 수원 동료들을 독려했다. 스테보 입장에선 이운재가 미울 수밖에.

이번 수원전을 앞두고 팀 훈련을 하며 스테보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많이 해 달라. 수원을 만나면 꼭 득점해야 한다”고 따로 당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원 차범근 감독이 주말 K리그에 대비, 이운재를 엔트리에서 뺐기 때문. 이날 후반 17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세 번째 헤딩골을 터뜨렸으나 수원 골키퍼가 박호진이었던 탓에 기쁨이 반감됐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스테보가 요즘 감각이 좋다. 특히 이운재가 지키는 골문에 몇 골 집어넣고 싶다고 수차례 출전 의사를 밝혀왔는데 본인이 안타까울 것 같다”고 웃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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