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에베레스트 ‘신루트’ 개척 박영석

  • 입력 2009년 7월 6일 17시 14분


◆김현수의 뉴스데이트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도 남들이 갔던 길은 비교적 쉽습니다. 직업 안내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가장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한국인이 만든 새 길이 생겼습니다.

(김현수 앵커) 4번의 실패, 후배 4명의 죽음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아 신루트를 낸 박영석 대장. 쉴 틈 없이 또 다른 도전을 꿈꾸는 박 대장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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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습니다. 눈사태로 굴러 떨어지고, 마취 없는 응급 수술도 여러 번.

박 대장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걸까.

(인터뷰) 박영석 대장 / 산악인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두렵지…. 인명은 재천. 떨어져 죽을 팔자면 침대에서도 떨어져 죽어요. 그래서 아예 맡기고, 단 내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칼날 같은 절벽 길이만 2000m.

세계 최고봉, 가장 어려운 루트에 한국인의 길을 냈습니다.

남서벽 넘어 정상엔 살기 위해 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상은 올라가고 싶어서 올라가는 게 아니에요. 퇴로가 막혀서 백을 못하기 때문에 진짜 정상을 올라가야 살 수 있는 거예요. 다른 길이 없으니까, 양쪽이다 벽이잖아요. 정상을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내려와야..."

남서벽 도전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18년 동안 네 번 실패. 네 명의 후배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네 번째 동생들을 잃고 났을 때. 그땐 거의 뭐 술독에 빠져 살고. 거의 난 이제 산을 떠나야겠다. 그 땐 정말 내가 왜 이런 등반을 하며 애들을 죽여야 하나…"

그런데 왜 다시 도전했을까.

(인터뷰)"아까 왜 안 쉬냐고 그랬죠? 저는 쉴 수가 없어요. 난 걔네들 몫까지 살아야 해요. 그때 내가 생각한 게, 내가 여기서 죽으면 걔네 죽음을 헛되이 하겠다. 약속인데, 남서벽을 뚫겠다고 얘네들하고 한 약속인데. 제가 겁쟁이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그래서 다시 남서벽을 찾은 거죠."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정상에서 무전기를 들었을 때, 떠오른 말은 오직 '고맙습니다'였습니다.

(인터뷰) "뭐하고 싶은 말 많죠. 정상에 섰는데, 멋있는 얘기도 하고 싶고. 생각을 많이 해요. 정상에 서면 어떻게 무전을 날릴까. 사람이 멋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사고를 내고. 실패를 하고, 또 오는데, 나를 믿어주는 거…"

정상까지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가파른 절벽에 겁이 난 셰르파들은 짐을 내리고 가버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습니다.

(인터뷰) "올라가면서 (그 짐을) 다 지고 올라갔죠, 정말, 서럽더라 서러워. 서릉 올라가면서,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미쳤지, 내가 왜 길을 뚫는다, 그랬을까. 아, 나 자신에게 막 후회되고 막 내가 미운거야…(종아리도 파열됐는데) 그러니까 미쳤죠. 주치의가 아 이 다리는 평지걷기도 힘든데, 아팠을 텐데, 어떻게 거길 올라갔냐고 넌 인간도 아니라고 하기에, 네, 저 인간 아니에요…"

그렇다면 박 대장도 무섭고, 두려운 게 있을까.

(인터뷰) "리드들, 고무판 얼음, 블리자드… 무서운 것들 무지 많아요. 근데 그런 건 다 예상하고 가는 거예요. 극복할 수 있어요. 제일 무서운 건 내 자신이에요. 정말 무서워요. 내가 대장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정 스톱할 수 있어요. 아침에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워, 야, 한 시간만 있다가 출발하자,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갖고 타협하기 시작하면 절대 성공 못합니다. 내 감정을 없애야 해요. 나는 기계다. 북극을 찾아가는 로봇이다. 에베레스트 정상 남서벽을 올라가는 로봇이다…남들보다 지독하니까 그런 면에서 더 나으니까 종아리 찢어지고도 올라가겠죠. 근데 지금도 나는 타협중이에요, 내 자신과. 그런 나도. 그러니까 무섭죠 내 자신이."

박 대장은 벌써 다음 도전을 준비합니다. 히말라야 14좌에 모두 코리아 신루트를 내는 것.

"내가 다 올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시작하면 우리 후배들이…내가 현역으로 뛰어봤자 얼마나 더 뛰겠어요. 더 나은 등반, 더 어렵고 위험한 거, 남들이 안했던 것을 지향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동아일보 김현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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