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21년만에 ‘롯데 유니폼’…4일 부산서 시구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1988년 9월 4일 부산 사직구장. 그는 로진백을 손에 묻힌 뒤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OB(두산)를 상대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며 6안타 1실점. 롯데는 11-2로 이겼다. 그게 롯데에서의 마지막 승리였다.

최동원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51·사진)이 21년 만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고향 마운드에 오른다. 4일 롯데와 SK의 경기에서 시구를 한다.

최 위원은 2004년 사직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양복 차림으로 공을 던진 적은 있다. 하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하는 건 1988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그해 선수협의회를 추진하다 이듬해 삼성으로 쫓기듯 이적했고 1990년 은퇴했다.

최 위원은 “떨린다”고 했다. 선수 시절 강타자를 만나도 거침없이 강속구를 던진 그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고향 팬 앞에서 친정팀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에게 예전의 시속 150km 강속구를 기대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멋진 투구 폼은 보여줄 수 있지만 빠른 공은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는 최 위원은 이미 사직구장 마운드에 서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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