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붙박이 4번타자… 추신수, 신수 폈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메이저 풀타임 첫해 불꽃타
기복없는 플레이로 믿음 줘
밀워키전 시즌 9호 2점포

야구에서 4번 타자의 의미는 각별하다.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 주인공은 늘 강속구 투수 아니면 4번 타자다.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면 최대 관심사는 ‘누가 4번 타자를 맡을까’이다. 4번 타자는 해결사로서 능력과 스타 기질을 겸비해야 한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이승엽(33·요미우리)이 대표적 4번 타자의 모습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4번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하다. 감독의 절대적 신뢰가 없으면 4번 타자 자리에 설 수 없다.

메이저리그 4번 타자. 그 자리에 한국의 추신수(27·클리블랜드)가 있다. 그는 올 시즌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 출장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다. 붙박이 4번 타자로도 입지를 굳혔다. 그가 4번 타자로 고정된 건 4월 말부터다.

추신수는 지난해에는 1번을 제외하고 모든 타순을 경험했다. 올해도 4월까지는 2∼6번 타선을 오갔다. 당시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은 추신수를 가리켜 “팀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들어가서 때려낼 수 있는 타자”라고 극찬했다. 2004년부터 클리블랜드 4번 타자로 뛰었던 트래비스 해프너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그 자리는 추신수의 몫이 됐다. 최근 해프너가 돌아왔지만 추신수는 여전히 부동의 4번 타자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일본의 신조 쓰요시(전 뉴욕 메츠)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빅리그 4번 타자를 잠깐 맡은 적이 있다. 4번 타자로 한 달 반 넘게 뛴 추신수가 시즌 종료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빅리그에서 8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날렸고 올 시즌에도 아메리칸 리그 타격 선두(타율 0.360)를 달리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못지않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추신수는 16일 밀워키와의 홈경기에서도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4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시즌 9호 홈런을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 2도루로 맹활약했다. 팀은 12-14로 역전패했지만 그의 타율은 0.291로 올랐다. 16일 현재 아메리칸 리그 타율 30위, 타점 18위(40개), 도루 11위(11개).

추신수의 강점은 기복 없는 플레이다. 슬럼프가 3경기 이상 이어지는 일이 없다. 전체 162경기의 40%가량을 소화한 현재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홈런 20개, 100타점은 무난해 보인다.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풀타임 출장 첫해인 올해 추신수가 20홈런, 80타점, 타율 0.280 이상만 기록해도 성공이다. 이런 활약을 계속한다면 어느 팀에 가도 환영받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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