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월드컵본선 ‘사고’”…허정무의 진짜 속내는?

  • 입력 2009년 6월 10일 08시 46분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본선에서 사고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의 2002월드컵 4강 신화와 2006독일월드컵 원정 1승은 모두 외국인 감독 체제 하에서 이뤄졌다. 허 감독 입장에서는 국내 지도자도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할 것이다.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직후에도 “수많은 국내 지도자들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목숨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런데 왜 ‘내가 사고를 치겠다’가 아니라, ‘선수들이 치고 싶을 것이다’고 방향을 살짝 돌렸을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발언은 허 감독이 부임 후 선수들과 끊임없는 정신적 스킨십을 통해 충분한 교감을 나눴기에 가능했다.

대표팀 측근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경기 없을 때의 태도 등을 보고 느끼면서 감독님이 본선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훈련장이나 해외 원정 훈련지에서 허 감독이 훈련시작 전이나 훈련 도중 혹은 훈련이 끝난 뒤 수시로 선수들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거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때로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대화하는 모습이 감독과 선수가 아닌 친구처럼 다정해 보여 취재진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하고 궁금증이 생길 정도.

선수들이나 허 감독에게 물어보면 정작 “별 말 없었다”며 웃고 넘기지만 이런 작은 과정 하나하나가 믿음의 고리를 형성했고, 이것이 조기 월드컵 본선행 확정에 이어 ‘제자들이 본선에서도 잘 해 줄 것이다’는 믿음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을 해 볼 수 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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