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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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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영 “9개 등정으로 뒤처졌지만 끝은 봐야죠”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고봉(高峰).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14좌를 완등한 뒤 현재까지 10여 명이 뒤를 이었지만 아직 여성은 없다.
올해 히말라야는 여성 첫 14좌 완등을 놓고 각국 여성 산악인들의 경쟁이 뜨겁다. 오은선 대장(43·블랙야크)과 고미영 대장(42·코오롱스포츠)은 5월 한 달 동안 각각 2개 봉우리에 올랐다. 이제 오 대장은 11개, 고 대장은 9개 봉을 올랐다. 14좌 완등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지난달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두 여성 산악인의 각오는 당찼다.
○ 오은선 “조금 유리해졌다고 생각”
공항에서 만난 오 대장의 표정은 밝았다. 두 달 넘는 원정 뒤의 달콤한 귀국 길. 그는 지난달 6일 세계 3위봉 칸첸중가(8586m)에 이어 21일 다울라기리(8167m) 등정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급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안정됐어요.”
11좌에 오른 그는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과 게를린데 칼텐브루너(39·호주)에게 1개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두 경쟁자가 각각 남긴 2개 봉은 가을에나 등반이 가능한 곳. 오 대장이 이달 말 낭가파르바트(8126m)와 7월 가셔브룸Ⅰ(8068m) 등정에 성공하면 ‘13-12’로 역전이 가능하다. 11개 봉에 오른 니베스 메로이(48·이탈리아)는 올봄 등정에 연속 실패해 경쟁에서 멀어졌다.
“유리해졌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누적된 피로에 최근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는 오 대장은 8일 출국해 도전을 계속한다.
○ 고미영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고 대장도 지난달 1일 마칼루(8463m), 18일 칸첸중가(8586m)에 연달아 올랐지만 쉴 틈이 없다. 9개 봉으로 다소 뒤처진 그는 헬리콥터로 베이스캠프를 옮겨 다니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다음 주 초 다울라기리(8167m)에 이어 낭가파르바트, 가셔브룸Ⅰ, 가셔브룸Ⅱ(8035m)에 잇달아 도전한다. 3월부터 4개월여 동안 무려 6개 봉우리 연속 등정에 도전하는 것. 기침이 멈추지 않아 네팔 현지 병원까지 다녀왔다는 그는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보겠다”고 말했다.
오 대장과 고 대장이 예정된 등반을 모두 성공하면 14좌 등정의 대미는 똑같이 안나푸르나(8091m)가 된다. 이들은 올가을 ‘지현옥 10주기 추모 안나푸르나 원정대’에 나란히 참가해 한솥밥을 먹으며 경쟁을 펼친다. 일부 산악인은 벌써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고 대장은 “오 대장과 나란히 정상에서 여성 첫 14좌를 함께 이루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