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그들은 벌써 몇 년째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동고동락하면서 진한 우정을 쌓았어도 1인자의 자리를 나눠 가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정상을 향한 경쟁은 늘 뜨겁기만 했다.
19세 동갑내기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유망주 유소연(하이마트)과 최혜용(LIG). 24일 춘천 라데나골프장(파72)에서 끝난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 유소연은 9번째 연장까지 치르는 7시간 20분 가까운 사투 끝에 최혜용을 꺾었다. 9차 연장은 1997년 8월 동일레나운오픈 때 서아람이 11차 연장에서 강수연을 누른 이후 역대 KLPGA투어 두 번째 기록.
전반 9개 홀까지 3홀 차로 앞선 유소연은 후반 들어 최혜용에게 추격을 허용해 17번홀(파4)에서 동타가 됐다. 18번홀(파5)에서 계속된 연장 8번째 홀까지 팽팽히 맞선 유소연은 9번째 연장에서 4m 버디 퍼트를 넣어 승부를 갈랐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4강전에서 17개 홀을 포함해 하루에 무려 44개 홀을 소화한 유소연은 시즌 첫 승과 우승 상금 1억 원을 챙긴 뒤 “평생 잊지 못할 경기였다. 너무 힘들어 눕고만 싶다”며 울먹였다. 최혜용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들은 프로에 데뷔했는데 회원번호는 최혜용이 570번, 유소연은 571번. 신인상 레이스도 뜨거웠다. 유소연이 줄곧 신인상 포인트에서 앞서 나가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에서 실격 처리되면서 영광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최혜용에게 돌아갔다. 유소연은 장타가 돋보이고 최혜용인 감각적인 쇼트 게임이 장점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 유소연과 최혜용. 이들의 자존심 대결은 더욱 치열하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