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구단 선수단 “선수노조 NO!”

  • 입력 2009년 5월 23일 08시 20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손민한·이하 선수협)가 시즌 도중 기습적으로 추진한 노동조합 설립이 흐지부지될 기로에 놓였다. 노조의 주체가 되어야 할 8개 구단 선수들이 ‘거사’를 도모한지 채 1개월도 안돼 앞 다퉈 ‘대오이탈’을 선언, 설립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18일 선수협의 노조설립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삼성과 LG 선수단이 불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1일 두산과 KIA 선수단이 잇달아 찬성이란 종전 입장을 번복했고, 22일에는 SK 롯데 한화 히어로즈의 나머지 4개 구단 선수들 역시 ‘회군’을 결정했다. 선수협이 팀당 2명씩으로 추진위원을 할당하고 지난달 28일 노조 전환을 공개적으로 먼저 선언한 뒤 총의를 모아가던 단계에서 빚어진 사태라 향후 선수협은 급격히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삼성 LG의 불참이 연쇄 이탈 불러

21-22일 이틀간 6개 구단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배경으로는 역시 LG와 삼성 선수단의 불참 결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6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입장을 뒤바꾼 두산 선수단이 ‘삼성과 LG가 빠지기로 해 전 구단이 함께 갈 수 없으므로 찬성 입장을 철회한다’고 밝히자 다른 5개 구단 선수들도 같은 이유를 들며 발을 뺀 것이다. LG와 삼성 선수단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선수협이 이달 4일 노조추진위 1차 회의를 마치고 난 직후부터 감지됐다. 삼성과 LG 선수들은 2000년 선수협의회 태동 당시에도 일찌감치 한발짝씩 물러난 바 있다.

여기에 선수협 지도부가 미처 총의도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 도중 성급하게 노조 설립을 추진한 점도 급제동의 이유로 보인다. 히어로즈 선수단이 22일 오후 광주 숙소에서 긴급 미팅을 갖고 ‘노조 참여로 메인스폰서 확정에 차질을 줘서는 안 된다’며 불참을 결정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처럼 구단별로 처한 환경도 다르다.

○연막작전 VS 노조 추진 무산

전 구단의 불참 사태에 대해 표면적으로 선수협은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권시형 사무총장은 “구단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소나기를 피해 가려는 고뇌에 찬 입장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구단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6월 1일 비공개로 열리는 8개 구단 1·2군 선수단 전체 총회에서 선수들의 본심이 나타날 것”이라고 여전히 희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종의 연막작전 또는 위장전술이라는 주장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모 선수는 주저 없이 “시기상조 등의 이유로 노조 설립 추진에 불참하기로 한 만큼 총회에 참석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모 구단 관계자 역시 “지금이 어느 때인데 구단이 나서서 선수들에게 노조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겠는가”라며 “우리도 선수단의 (노조 불참) 결정을 통보만 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다음달 1일 선수협 총회의 정상적인 개최 여부가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총회가 무산된다면 선수협 지도부는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으면서 노조 설립 추진력도 잃을 수밖에 없다.

광주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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