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프로야구 선수 10여명 스테로이드 복용”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마해영 회고록서 밝혀… “대부분 외국인 선수”
“상대팀 학교후배 부탁할땐 사인 알려주기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선수들을 목격했다. 외국인 선수의 복용 비율이 높지만 국내 선수도 있었다.”

“상대 팀 선수와 사인 교환은 사실이다.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 하고 요청하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롯데 선수였던 마해영 Xports 해설위원(39·사진)이 19일 발간한 회고록 ‘야구 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야구계는 “개인적인 생각을 책으로 옮긴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마해영은 199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강타자 출신. 2001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KIA(2004년), LG(2006년)를 거쳐 지난해 친정팀 롯데로 돌아와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94에 1609안타, 260홈런, 1003타점.

마 위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는 10명 남짓.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지만 이들이 일부 국내 선수에게 금지 약물을 권했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은 호기심에서 잠시 금지 약물을 복용한 걸로 안다. 전 구단을 통틀어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은퇴했다. 실명은 선수 명예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

마 위원 역시 2군에 내려갔을 때는 약물의 유혹에 빠질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물 복용은 모두 과거형인 만큼 확대 해석은 말아 달라. 후배들에게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마 위원은 상대 팀 선수 간의 사인 교환이 있었던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상대 팀 후배가 도와달라고 할 때 이를 거절하긴 어렵다”며 “다만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사인을) 알려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마 위원 회고록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금지 약물 복용 선수가 있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옳다”며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건 프로야구 판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KBO는 지난해 도핑 검사를 2회 실시했고 올해 3회로 검사 횟수를 늘렸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전원을 도핑 검사한다. KBO는 2007년부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핑 검사를 도입해 2년간 140명(외국인선수 10명 포함)을 검사했고 금지 약물 복용이 드러난 사례는 없다. 마 위원 회고록에 ‘짠돌이 구단’으로 불린 롯데 구단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구 단장은 “마 위원이 속사정을 모르고 밝힌 부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과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샌디에이고)의 입단 계약이 실패한 건 계약 단계에서 수차례 금액을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마 위원의 회고록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선수가 갑자기 몸이 불어나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 의심한 적은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의혹만 갖고 책을 쓰는 건 경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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