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구’의 힘은?]임창용 또 160km… 일본이 놀랐다

  • 입력 2009년 5월 18일 08시 24분


후지사와 트레이너 유연한 어깨 주목…창용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덤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소방수로 활약하는 임창용(33·사진)이 연일 시속 160km 강속구를 뿜어내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창용은 15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홈경기에서 9회초 아라이 다카히로를 상대로 시속 160km짜리 직구를 꽂아넣은 데 이어 16일 한신전에서도 역시 마지막 타자 사쿠라이 고타이를 상대로 2구째 160km를 던졌다.

이는 역대 일본프로야구에서 2번째로 빠른 구속이다. 지난해 요미우리 마무리투수인 마크 크룬이 시속 162km를 찍은 바 있다. 순수 일본투수 중에서는 지금까지 158km가 최고구속. 은퇴한 이라부 히데키가 지바 롯데 시절인 1993년 처음 158km를 찍은 뒤 2002년 오릭스의 야마구치 가즈오, 2004년 임창용의 팀 동료인 이가라시 료타가 같은 구속을 기록했다.

임창용이 연일 시속 160km의 광속구를 선보이자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다. 스포츠닛폰은 16일 ‘파울이 됐지만 관중의 시선은 타구의 방향보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향했다’고 묘사했고, 임창용의 공을 받아주고 있는 포수 아이카와 료지는 “투구할 때 몸을 심하게 뒤튼다. 마치 몸 전체가 채찍처럼 휘어져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과거 철인3종 선수를 지도한 바 있는 후지사와 트레이너는 “임창용의 어깨는 수영선수처럼 부드럽다. 야구선수 중 그런 어깨를 보지 못했다”며 유연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임창용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면서 “날씨가 더 더워지면 구속이 더 나올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물론 진구구장 스피드건은 구속이 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5일과 16일 전광판에 160km가 찍힌 공은 야후 홈페이지 문자중계에는 각각 155km, 157km로 나타났다. 구속은 스피드건 제조사에 따라, 스피드건 위치와 날씨에 따라 다르게 찍히기도 해 공식 기록항목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임창용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15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선보이고 있는 데다 역대 일본선수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시속 160km를 돌파하면서 일본 열도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임창용은 한국 시절 시속 157km까지 던진 적이 있지만 2005년 10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후 구속이 140km 중반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는 구속이 떨어지거나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수술 3년이 지난 임창용은 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디트로이트 조엘 주마야가 2006년 역대 가장 빠른 시속 167km를 던졌고, 한국에서는 SK 엄정욱(2004년)과 롯데 최대성(2007년)이 공식경기에서 최고 158km를 찍은 바 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2006년 7월 5일 기압이 약한 고지대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시속 161km를 던지기도 했다.

한편 17일 한신전에서는 2-1로 앞선 9회초 사흘 연속 세이브를 올린 임창용을 대신해 셋업맨 이가라시 료타가 마무리로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야쿠르트의 승리를 지켰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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