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홈런 신기록 장종훈 선배에게 바친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8시 18분


9일 대기록을 작성한 양준혁의 첫 마디는 “팀도 지고, 신문도 안 만드는 토요일이네”라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내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까지 착실하게 쌓아올린 통산 341호 홈런.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 했다.

“내가 홈런왕 한 번 못해봤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기록은 정말 생각도 못했었죠. 나름대로 꾸준하게 열심히 해왔던 데 대한 보상이 아닌가 싶어요.”

뜸도 오래 들였다. 대기록에 홈런 두 개를 남겨놓고 지난 시즌을 마감했던 그는 올해 1호 홈런을 터뜨린 후에도 한 달이 더 흘러서야 마침내 고지를 밟았다.

“더 일찍 깨지 못해 그동안 마음에 계속 짐이 있었다. 이제야 홀가분하다”는 고백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빨랐든 늦었든, 영광스런 기록임은 분명하다.

그는 “(기존 기록 보유자인) 장종훈 선배가 가장 생각난다. 이 홈런은 그 분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했던 지도자들 중에서는 “야구에 혼을 심는 법을 알려준” 김성근 SK 감독과 “해태에서 삼성으로 다시 데려온” 김응룡 삼성 사장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남겼다.

“요즘 선수들은 근성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죽기 살기로 해왔다. 주전 자리를 지키는 데 만족한다면 그게 바로 퇴보다. 더 열심히 앞을 보고 달렸으면 좋겠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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