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준 감독님 위해…” 이천수 속죄골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감독님 골 넣었어요”“감독님! 저 정신차렸어요.” 징계에서 풀려난 뒤 26일 치른 복귀전에서 전 소속팀인 수원 삼성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전남 드래곤즈 이천수(오른쪽)가 동료들과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감독님 골 넣었어요”
“감독님! 저 정신차렸어요.” 징계에서 풀려난 뒤 26일 치른 복귀전에서 전 소속팀인 수원 삼성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전남 드래곤즈 이천수(오른쪽)가 동료들과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출장정지 복귀전서 1골1도움… 전남, 수원에 4-1승

주말 7경기에서 23골 골잔치… 광주 김명중 2골

“천수도 알겠죠.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걸….”

올해 초 전남 드래곤즈 박항서 감독은 ‘그라운드의 반항아’ 이천수(28)를 영입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 코치진과의 불화 등이 겹치며 당시 수원 삼성에서 임의 탈퇴당한 이천수를 받아들이는 건 구단으로서도 모험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천수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 아들이 힘들 때 아버지가 한 번 안아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는 “천수가 전남에서도 팀에 해를 끼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버지의 사랑이 빛을 본 것일까. 이천수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K리그 개막전에서 심판을 향한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뒤 나선 복귀전에서 바로 진가를 발휘한 것.

경기 전 이천수는 “마음고생이 심했다”라고 말했다. 제법 살이 빠져보였다. 전 소속팀을 상대로 한 경기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필이면 복귀전이 그를 내쳤던 차범근 수원 감독과의 경기였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엔 오직 ‘축구선수 이천수’만 존재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지만 이천수는 오히려 동료들을 독려하며 팀을 이끌었다. 전반 13분 김승현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찔러준 이천수는 전반 끝날 무렵 골까지 넣으며 그를 믿어준 박 감독에게 보답했다. 이천수는 골을 넣은 뒤 박 감독에게 가장 먼저 안겼고 박 감독은 그의 짧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기뻐했다. 후반 19분 교체될 때도 박 감독과 이천수는 뜨겁게 포옹했다.

한편 전날 1경기를 포함해 주말 7경기에서 무려 23골이 터졌다. 전주 경기에서는 전북 현대가 전반 18분 에닝요의 선제골을 신호탄으로 최태욱, 루이스, 이동국의 연속 골로 대전 시티즌을 4-2로 이겼다. 에닝요는 선제골을 포함해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4승 2무(승점 14)로 2위를 달리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광주 상무와 강원 FC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광주가 웃었다. 광주는 2골을 넣은 김명중의 활약으로 3-1 역전승을 거뒀다. 광주는 5승 1무 1패(승점 16)로 리그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수원=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5일 전적

부 산 1-0 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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