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빅3 사령탑 ‘3색 카리스마’ 대결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퍼거슨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뒤쫓을 것이다.”(라파엘 베니테스 리버풀 감독)

“베니테스는 다른 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 내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 줄 몰랐다.”(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리버풀의 승리가 리그에 긴장감을 가져왔다. 남은 일정 동안 맨유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자.”(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막바지 선두 다툼이 뜨겁다. 선두 맨유(승점 71점)를 리버풀(70점)과 첼시(67점)가 바싹 쫓고 있는 가운데 퍼거슨, 베니테스, 히딩크 감독의 3색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세 감독을 세계 최고 명장의 반열로 이끈 원동력은 강력한 카리스마. 퍼거슨 감독의 카리스마는 불같다. 데이비드 베컴과 뤼트 판 니스텔로이 등은 그의 권위에 도전하다 줄줄이 짐을 쌌다. 그가 흥분하면 라커룸에서 축구화와 헤어드라이어가 날아다닌다. 유망주를 선별하는 혜안, 팬 지상주의, 냉정한 선수 관리는 그가 가진 권위의 원천.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는 부드럽다. 대표팀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의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카리스마는 스타도 신인처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첼시의 상승세는 모래알 같은 선수들을 단숨에 휘어잡은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독심술로 불릴 만큼 선수의 심리를 탁월하게 읽는 능력이 히딩크 카리스마의 비결이다.

베니테스 감독은 과묵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달라졌다. 그는 ‘독설의 대가’ 퍼거슨 감독에게 먼저 싸움을 걸 정도로 대담해졌다. 영국 언론은 최근 리버풀과 2014년까지 재계약에 성공한 그를 두고 “톱클래스 선수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지휘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조합을 놓고 끊임없이 실험하는 도전 정신이 베니테스 감독의 무기.

세 감독은 일정한 템포와 공간 장악으로 중원을 지배하는 경기를 추구한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은 “퍼거슨 감독은 다소 변칙적인 방식으로, 히딩크와 베니테스 감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공법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내내 흐름에 맞는 용병술과 작전으로 상대에게 끊임없이 심리전을 거는 것도 세 감독의 공통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최대 라이벌은 아스널의 아르센 벵게 감독”이라고 말했다. 두 감독이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일부에선 이 또한 퍼거슨 감독의 노련한 심리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프리미어리그의 ‘터줏대감’ 퍼거슨, ‘이적생’ 베니테스, ‘이방인’ 히딩크 감독 가운데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궁금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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