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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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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미국 이민을 떠났던 정학수 씨(53)가 골프장에서 제2의 인생을 힘차게 걷고 있다. 최근 사업 협의를 위해 귀국한 그를 만났다. 정 씨의 직함은 많았다. 골프장 사장, 골프 아카데미 대표, 시니어 투어 프로….
“선수 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작은 체격, 약한 팀 전력 등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면 못할 일이 없었죠.”
김용희 전 롯데 감독, 서정환 전 KIA 감독 등과 동기인 정 씨는 1990년 은퇴 후 롯데 스카우트로 염종석 등을 뽑기도 했으며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수비 코치를 거쳐 1995년 미국 메이저리그 플로리다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플로리다 구단에서 영주권을 만들어 줬어요. 신분 문제가 해결되면서 아예 이민을 하게 된 거죠.” 미국에서 의류사업으로 안정된 삶을 꾸렸지만 운동을 향한 열정을 버릴 수는 없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현지 친구의 권유로 시니어 골프투어 프로에 도전했다. 악바리 근성을 발휘해 투어 프로가 돼 지역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6언더파.
투어 생활을 하면서 1998년 미국프로골프 레슨 프로 클래스 A과정을 시작한 뒤 2000년에는 티칭 프로 양성 기관인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에서 자격증을 따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 아카데미를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 열어 주니어 양성에 힘을 쏟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꿈꾸는 한국 선수들도 지도하고 있다. 올 시즌 LPGA투어에는 자신의 제자 이지혜와 최운정을 데뷔시키며 탁월한 지도력을 보였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고동락하며 가르친 결과다.
정 씨는 “미국에 온 한국 선수들이 매우 잘하니까 자랑스럽다. 우리 선수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실력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올 2월에는 미국 앨라배마 주의 18홀 규모의 도탄내셔널골프클럽의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자로서도 수완을 발휘하게 됐다. 그는 “국내 야구 시즌 개막을 지켜보니 가슴이 뛴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의 함성도 귓가에 생생하다. 야구에서 못다 한 꿈을 골프를 통해 꼭 이루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