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전담 키커 좌우 대포알 경쟁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 김치우

속도감-회전율 추종 불허

북한전등 최근 상한가

○ 기성용

자신감-대담성 최대 무기

강한 발목서 폭발적 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킥도 부럽지 않습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1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북한과의 경기가 끝난 뒤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치우의 왼발과 성용이의 오른발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왼발의 달인’ 김치우(26)와 ‘기라드’ 기성용(20)이 펼치는 ‘대포알 경쟁’이 무르익고 있다. 같은 FC 서울 소속인 이들의 뜨거운 경쟁에 소속팀과 대표팀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김치우는 최근 대표팀에서도 상한가다. 그동안 박지성 이영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 밀렸지만 ‘황금 왼발’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주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왼발 킥은 예리하게 휘어들며 상대 골문을 위협한다. 이영진 서울 코치는 “치우의 킥은 속도감과 회전율에서 으뜸”이라며 “셰놀 귀네슈 감독도 그의 왼발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고 전했다.

오른발 프리킥을 전담하는 기성용도 킥에 있어선 김치우 못지않은 스페셜리스트다. 북한전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그동안 키커로서 그가 보여준 능력은 나이를 의심케 한다. 2월 이란전에서의 40m 캐넌 슛과 박지성의 결승골을 도운 감각적인 프리킥이 대표적인 예. 최용수 서울 코치는 “성용이의 킥은 강한 발목에서 나오는 힘이 실려 있다”며 “자신감과 대담성 등 심리적인 요인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존재는 소속팀과 대표팀에 큰 힘이 된다. 한 선수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다른 선수는 보완책이 되고, 상대에 따른 맞춤형 프리킥도 이 둘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들의 프리킥은 약팀과의 경기에선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해법, 강팀과의 경기에선 극적인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카드다.

김치우와 기성용은 소속팀에서 가장 오랜 시간 프리킥 훈련을 한다. 그만큼 전담 키커 경쟁이 치열한 것. 그러나 가장 친한 사이다. 이들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만큼 한국 축구의 미래도 화창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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