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맷 깨진’ 이용규 “심판 콜 안들려 베이스 손 못떼”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3월 27일 07시 44분



화제된 ‘이용규 손’ 사연 소개

불같은 투혼과 빼어난 실력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일지매’ 이용규(24·KIA)는 역시 당찼다.

26일 청와대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열악한 야구 인프라 개선 희망을 밝힌 이용규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일부러 부딪히면서 슬라이딩을 들어가다 헬멧이 깨졌다”면서 “어차피 깨진 것이고, (도루에 실패해) 죽은 뒤 화가 나 그냥 던져버렸다”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화제가 된 ‘헬멧 사건’을 떠올렸다.

또 ‘우쓰미 사구’와 관련해 “보복하고 싶었지만 감독님 뜻에 따르길 잘한 것 같다”면서 “내 미니 홈페이지에 그렇게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지 몰랐다. 감사하다”고 했다.

덧붙여 “일본은 물론이고 멕시코나 베네수엘라 빅리거들과 싸움에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한 ‘작은 거인’ 일지매는 당당하고 힘이 넘쳤다.

이용규는 “미국에 있을 때는 이 정도까지 열기가 뜨거운 줄 몰랐는데 국민 여러분께서 예상보다 훨씬 큰 사랑을 주셨음을 깨닫고 있다”면서 “내 미니홈피에 수만명의 팬들이 찾아 힘을 주셨다. 미국에서 보면서 깜짝 놀랐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일본과의 2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서 상대 투수 우쓰미 데쓰야에게 다분히 의도적인 사구를 맞았던 이용규는 “보복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감독님 뜻을 따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용규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당시 김인식 감독님께서 투수들에게 ‘일본하고 또 붙을 수 있으니 자제하는게 좋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감독님 말씀이 옳았다”면서 “아니었다면 똑같이 비난을 받을 뻔 한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떠올리며 “팬들과 외국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야구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용규는 “대통령께서 몸이 어떠냐고 물으셔 괜찮다고 답했다”며 웃기도 했다.

일본과의 결승전 6회 공격 때 2루에 도루를 시도하다 헬멧이 깨져 얼굴에 상처까지 입었던 그는 “일부러 부딪히면서 들어간 상황이었고, 심판 콜이 들리지 않아 끝까지 베이스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고 말한 뒤 “어차피 깨진 헬멧이고, (2루에서 아웃된 게) 화가 나 덕아웃에서 헬멧을 집어던져버렸다”고 밝혔다.

“나중에 보니까 다른 선수들 헬멧은 다 커, 결국 (이)종욱이형 헬멧을 빌려쓰고 다음 타석에 나갔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일본 투수들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멕시코, 베네수엘라의 투수들을 상대해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는 이용규는 “국제대회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게 큰 힘이 됐다”며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이번 대회 선전의 밑바탕이 됐음도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김인식 감독 등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선수단은 이 대통령에게 대표팀 모자와 유니폼을 선물했고, 이진영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부탁이지만 병역혜택이라는 큰 선물을 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추신수 박기혁 등 이번 대회에 참가한 4명 군 미필 후배들의 병역 혜택을 기대했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